글로벌 우주·항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항공우주 기체에 사용되는 각종 소재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항공우주 소재는 극한의 환경을 견디면서 무게가 가벼워야 하는데, 생산 진입 장벽이 높아 부가가치가 큰 분야로 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005490))은 최근 그룹의 미래 경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항공, 우주 등 미래 사업에 적용될 첨단소재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현재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등 두 축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신소재 사업을 키워 2030년에 해당 부문에서 5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다. 포스코 관계자는 “항공우주 관련 첨단소재 사업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진출하거나 M&A(인수·합병)를 추진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002020)도 그룹 내 복합소재사업을 결집한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최근 출범하며 항공우주 소재 분야 경쟁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항공·방산 분야 복합소재사업을 영위하던 코오롱데크컴퍼지트를 중심으로 코오롱글로텍, 코오롱ENP 등 그룹 계열사의 소재 부문을 한곳으로 모았다.
앞서 코오롱데크컴퍼지트는 지난해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민간 시험발사체 ‘한빛-TLV’에 복합재 연소관 체임버와 복합재 노즐 조립체, 노즈콘 페어링, 가압 탱크 등 주요 부품을 다수 공급하기도 했다. 우주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코오롱그룹은 계열사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코오롱글로텍을 통해 한빛-TLV의 제작사 이노스페이스(462350)에도 총 108억원을 투자했다.
세아그룹은 최근 2130억원을 투입해 미국에 특수합금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오는 2026년 준공해 연간 6000톤(t) 규모의 특수합금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수합금은 니켈, 타이타늄, 코발트 등 합금과 철이 배합돼 급격한 온도 변화 및 지속적인 고온 노출 환경에서도 일정한 기계적 성질을 유지하는 소재다. 현재는 발전소 등에 주로 사용되나 향후 로켓, 전투기 등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수요가 커질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1조원을 투자해 연간 1만1500t 수준인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2028년 2만4000t까지 늘릴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 수준이나, 강도는 10배에 달하는 물질이다. 탄성도 7배 이상 높아 항공기 동체·부품, 인공위성을 비롯한 우주발사체 등 우주항공·방위 산업에 다방면으로 활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용 탄소섬유 수요 비중은 지난 2021년 15%에서 2035년 3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이 우주항공 소재에 주목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Verif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우주 소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42억달러(약 61조원)에서 2030년 643억달러(약 89조원)로 연평균 5.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우주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전투기나 우주 발사체 등에 사용되는 각종 소재는 여전히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관련 소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향후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