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제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유럽이 먼저 시행한 CBAM과 유사한 청정경쟁법(CCA)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무역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산업계는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탄소국경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외 네트워크를 동원해 현지 규제 당국에 의견을 전달하거나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한다. 주요 철강, 화학사는 CBAM 이슈를 전담할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EU가 CBAM 시범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영국에서도 비슷한 법안 도입이 예고됐다. CBAM은 EU로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제품의 생산·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전환 기간에 들어갔고 2026년 본격 시행된다.

미국의 CCA는 2025년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12개 품목에 배출 온실가스 1톤(t)당 55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EU CBAM은 배출권 가격, 미국 CCA는 탄소 무게를 관세 부과 기준으로 둔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에너지·환경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CCA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지지한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발의했고, 공화당은 세수확보에 유리하다며 찬성 입장이라 미 대선 이후 행정부가 바뀌어도 CCA는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3일 “머지않아 미국에도 탄소세가 도입될 것”이라며 “민주당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만으로는 미국의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고 했다. 제임스 스톡 하버드대 경제학자는 IRA에 탄소세가 더해지면 2035년까지 미국은 탄소 배출량을 66%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목표로 한 50% 감축을 웃도는 규모다.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대미 수출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대미 수출은 이미 대중 수출 규모를 웃돌았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올 한 해 대미 수출은 22년 만에 대중 수출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