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KF-21의 최초 양산 계약이 개발 9년 만에 체결됐다. 업계는 가격과 유지 비용, 성능 등 다양한 측면에서 KF-21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5일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KF-21의 최초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조9610원으로, 2027년 8월까지 총 20대를 생산한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은 한화시스템(272210)과 1100억원 규모의 KF-21용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20대 구매 계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5562억원 규모의 F414 엔진 40대 구매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KF-21은 쌍발 엔진 전투기로 기체 하나당 엔진 2개가 탑재된다.

3사의 계약 금액을 합산해 양산 대수로 단순히 나누면, 한 대당 가격은 1300억원 수준이다. 다만 계약 내용에는 개발단계업체투자금 약 4000억원과 후속군수지원 등이 포함돼 있어 실제 기체만 보면 양산 단가가 대당 1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쟁 기종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항공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전투기 가격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올랐다”며 “KF-21의 경쟁 기종은 대당 평균 계약 단가가 1500억~2000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라고 말했다.

KF-21 시제 2호기가 상공에서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AIM-2000' 시험탄 무장분리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 방위사업청 제공

KF-21의 또 다른 장점은 낮은 유지비용이다. 전투기는 성능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하는데, KF-21은 4.5세대급으로 분류된다. KF-21의 비행시간당 유지비용은 F-16 등 지금도 널리 쓰이는 4세대 기반 전투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산화된 부품이 많아 정비가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현존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가격뿐 아니라 유지비가 많이 들어 보편적으로 운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도 4.5세대 전투기를 주력으로 활용한다. 공군 출신인 찰스 브라운 미국 합동참모본부의장은 5세대 전투기인 F-35를 두고 “페라리는 주말에나 타는 것이지, 출퇴근할 때 타는 것이 아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체 플랫폼의 높은 확장성도 KF-21의 장점이다. 개발 단계부터 4.5세대 전투기로 만들어진 KF-21은 추후 순차적으로 개량해 5세대 스텔스기, 6세대 AI(인공지능) 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기 등으로 성능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경쟁 기종으로 꼽히는 라팔, 유로파이터 등은 4세대 전투기로 설계됐지만 장기간 성능을 개량해 4.5세대까지 올라왔다. 다만 이들 기종은 플랫폼상의 한계로 5세대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

'ADEX 2023'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보인 KF-21 유무인 복합체계 설명 영상. /정재훤 기자

강구영 KAI 사장은 “KF-21은 21세기에 만든 유일한 4.5세대 전투기이면서도 향후 5·6세대 유무인 복합체계까지도 개량할 수 있다. 향후 5세대 외의 비행기를 사고 싶은 나라는 KF-21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30년대 중반에는 경쟁 기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F-21은 너비 11.2m, 길이 16.9m, 높이 4.7m로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다. 공대지·공대공 미사일 등 무장을 최대 7.7톤(t)까지 탑재할 수 있다. KF-21 사업에는 600여개의 국내 협력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국산화율 65%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