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25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전투기’ KF-21 최초 양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KF-21 20대와 후속군수지원(기술교범, 교육 등)을 포함해 총 1조9600억원 규모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 2호기가 공대공미사일 '미티어'의 무장분리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KAI 제공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개발사업은 공군의 장기 운영 전투기 F-4, F-5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 운용 개념에 부합되는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다. 2015년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총 개발기간은 10년 6개월로 2026년 체계개발을 마칠 예정이며, 2026년 말부터 양산기 납품을 시작해 한국 공군에 전력화시킨다는 계획이다.

KAI는 “이번 계약은 우리 기술로 우리의 영공을 지킨다는 자주국방의 국민적 염원이 현실화하고 한국 공군의 핵심 전력이 될 KF-21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선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KF-21은 지난 2022년 7월 시제1호기 초도 비행을 시작으로 시험 비행에 본격 착수했으며, 올해 3월 공중급유 비행에 성공해 원거리 작전 능력을 확보했다. 이어 공대공 미티어 유도발사 성공 및 항공기 고도, 속도, 기동성 등 임무 영역을 확장해 완성도를 높였다.

강구영 KAI 사장은 “KF-21 체계개발사업은 많은 도전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 공군, 방사청, 개발업체 등 관련 기관들의 탄탄한 협력이 있었기에 양산까지 안정적으로 올 수 있었다”며 “KF-21은 항공우주산업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일궈낸 역사적 성과다. KF-21은 진정한 자주국방의 상징물로서 대한민국 항공 전력 강화와 첨단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KF-21 개발에는 600여개의 국내 협력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국산화율 65%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T-50, 수리온 납품이 진행되면서 국산화율이 점차 높아진 것처럼, KF-21 양산으로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가 강화되면서 국산화율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형 전투기(KF-21)에 장착된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 /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272210)은 이날 방위사업청과 KF-21의 핵심 장비인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1100억원으로, 2025년 8월 말부터 KF-21에 탑재될 예정이다.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 레이더는 공중과 지상·해상 표적에 대한 탐지 및 추적 등 다양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의 생존 및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장비로 꼽힌다. 기존 전투기에 달린 기계식 레이다보다 더 넓은 영역을 탐지하고, 공중과 지상의 다중 표적과 동시 교전이 가능해진다.

2015년 미국이 전투기 핵심 기술이전을 거부한 이후 국내 기술로만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팽배했으나,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와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4년 만인 2020년에 시제 1호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박혁 한화시스템 감시정찰부문 사업대표는 “한화시스템은 항공기용 AESA 레이다를 개발 및 공급하고, 수출까지 성사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라며 “미들급 전투기부터 경전투기급, 그보다 더 작은 무인기까지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항공기용 AESA 레이다 전력화 실적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