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구축함 사업(KDX·Korean Destroyer eXperimental) Ⅱ로 건조된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의 성능개량 사업이 진행된다. KDX-Ⅱ의 전투체계인 한국형구축함 지휘체계(KDCOM)는 영국과 프랑스 합작사(BAeSEMA)의 기술이 적용됐으나 노후화로 시스템이 자주 멈춰 정상적인 작전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KDX-Ⅱ 구축함은 2001년부터 총 6척이 건조돼 2008년까지 차례대로 취역했다. 전투함으로는 중장거리 대공미사일을 처음 장착했고 스텔스 설계가 적용됐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042660)), HD현대중공업(329180)이 각각 3척씩 건조했고 한 척당 건조 가격은 약 3900억원이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DX-Ⅱ 전투체계 개발사업 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해당 사업은 2033년 12월까지 예정돼 있으며, 1971억33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업계에서는 KDX-Ⅰ(광개토대왕급 구축함) 전투체계를 개선한 한화시스템(272210)이 이번 사업에도 참여할 것으로 본다. 방위사업청은 순차적으로 예인선배열음탐기, 유도탄조사기도 교체할 예정이다.
군함의 두뇌와 비슷한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 소나 등 센서로 위협체를 탐지·분석하고, 함포 등 무장체계에 명령해 위협체를 제거한다. 방사청은 19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전투체계의 제안요청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KDX-Ⅱ의 전투체계는 노후화로 셧다운이 잦다. KDX-Ⅱ 구축함은 총 6척인데, 2018년 조사 당시 평균 셧다운 건수는 1.4일당 1회로, 2013년(5.2일당 1회) 대비 3.8배 증가했다. 4번함 왕건과 6번함 최영은 각각 0.8일당 1회, 0.85일당 1회 셧다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투체계가 셧다운되면 다시 복구하는 데 보통 10~30분이 걸린다. 해군은 작전 중 셧다운이 되지 않도록 심야 또는 작전 영향이 적은 시간에 전투체계를 재가동하고 있다. 전투체계가 셧다운되면 KDX-Ⅱ의 주력 함대공 무기인 SM-2 미사일을 쓸 수 없어 대공전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한화시스템이 이번 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 한화시스템은 KDX-Ⅰ3척의 전투체계 성능개량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시스템은 2016년(당시 한화탈레스)에 이 사업을 500억원에 수주해 2021년 완료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충무공이순신급 성능 개량은 광개토대왕급에 적용된 것이 그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KDX-Ⅱ 전투체계 개량에서는 저성능 논란이 있는 네덜란드 시그널사(社)의 해상감지 레이더 MW-08의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레이더는 해외에선 주로 크기가 작은 초계함에 장착되는데, 우리나라는 기함(旗艦)급인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에 장착돼 논란이 됐다. 탐지 능력이 떨어져 북한 위협에 대응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안으로는 LIG넥스원(079550)의 SPS-540K가 꼽힌다. 이 회사의 다른 레이더인 SPS-550K도 고려됐으나 부피와 무게, SM-2 통합 등 비용 문제로 배제됐다. SPS-540K는 신형 참수리,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된 레이더로 MW-08과 무게는 비슷하지만 탐지 거리와 추적 능력이 두 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