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2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할 수밖에 없어 경영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판결의 내용 및 판결이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재산의 35%를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최 회장의 SK㈜ 지분 형성에 도움을 준 친족들의 기여분까지 분할 대상이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98년 38세의 나이로 그룹 회장에 올랐다. 당시 SK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유언 없이 갑작스럽게 작고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상황이었다. 이에 최 선대회장의 형인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아들(최윤원·최신원·최창원)과 최종현 회장의 아들(최태원·최재원)은 가족회의를 열었고, 만장일치로 최 회장을 후계자로 추대했다.

최태원(왼쪽부터)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 SK 제공

당시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SK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덕분에 최 회장은 당시 지주사 역할을 하던 SK상사(현 SK네트웍스(001740)) 지분 2.85%를 모두 상속받아 대주주 및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 최 회장은 SK상사를 SK의 자회사 SK에너지판매에 흡수합병하며 그룹의 지주사를 SK㈜로 전환했고, 지분을 매입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5년 SK㈜ 지분을 23.4%까지 끌어올렸다.

최 회장의 친족들은 지난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을 14.99%까지 확대하며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시도했을 때도, 함께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경영권을 방어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경영권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 친족 23명에게 감사의 표시로 1조원 상당의 SK㈜ 주식 5.11%를 증여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주식도 노 관장과의 공동 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증여한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35%를 노 관장에게 줘야 한다.

최 회장은 3일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 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정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