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당국이 우기(雨期·비가 오는 기간)를 맞아 가뭄으로 정상 통항(배가 다니는 것)이 어려웠던 파나마 운하의 통항 제한을 예정보다 빠르게 완화했다. 파나마 운항량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가는 화주(貨主)들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해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청(ACP)은 이날부터 최대 흘수(물 속에 잠기는 선체의 깊이)를 13.4m에서 13.7m로 변경했다. 당초 다음 달 15일부터 완화될 예정이었지만, 2주 앞당긴 것이다. 흘수가 깊을수록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하루 통항량도 다음 달 1일부터 31척에서 32척으로 늘어난다. 기존 평균 통항량은 36척이다.
해운업계는 운항 제한이 완화돼 운임이 다소 내려가겠지만, 올해 9월쯤에야 통항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의 수가 다소 늘면서 운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제한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물동량의 약 2.5%를 담당하는 핵심 통로다. 해수면보다 수위가 높은 고지대 수로를 갑문으로 연결하고, 가툰 호수(Gatun Lake)의 담수로 수위를 조절해 선박을 고지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통항한다. 지난해 역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가툰호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의 수가 줄었다.
파나마 운하의 평균 통항량은 올해 1~2월 19척에 불과했다. 해운사들은 파나마 운하가 막히면 시간이 더 걸리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는데, 홍해 사태로 수에즈 운하까지 막히면서 운임이 크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