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K9 자주포가 영국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독일에 밀렸다. 영국은 K9의 강점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신뢰성보다는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독일 업체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9은 루마니아 수출도 추진 중인데, 루마니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업계는 이르면 다음달 루마니아가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본다.
29일 영국 국방성 등에 따르면 영국은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의 모델로 독일 KMW(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사의 ‘RCH 155′를 선정했다고 지난 24일(현지 시각) 밝혔다. RCH 155 자주포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합작 방산 업체 ARTEC GmbH사가 개발한 복서(BOXER) 차륜형 장갑차를 차체로 사용하고, 그 위에 독일의 PzH2000 자주포 포탑을 탑재했다.
영국이 도입할 자주포는 총 116문으로, 사업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록히드 마틴, 레오나르도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타진해 왔다.
영국은 이례적으로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별도의 입찰 공고를 내지 않고 RCH 155를 선택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영국이 일반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예상보다도 빠른 시기에 사업자를 발표한 것을 보면 독일과의 외교가 판단의 주된 근거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CH 155는 분당 최대 9발을 발사할 수 있고 완전 자동화 포탑이 탑재돼 장약과 포탄을 자동으로 장전할 수 있다. 운용을 위해 2명의 승무원이 필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에 운용 중인 K9A1보다 성능을 개선한 K9A2 모델을 영국에 제안했다. K9A1은 분당 6발을 발사할 수 있다. 포탄은 자동으로 장전되나 장약은 탑승한 병사가 직접 손으로 채워 넣어야 하며, 운용에 5명의 승무원이 필요하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A2 모델의 발사 속도를 분당 9발까지 높이고 완전 자동화 포탑을 탑재해 승무원을 3명으로 줄일 예정이었다.
K9과 RCH 155의 또 다른 점은 바퀴의 형태다. K9은 무한궤도(Caterpillar)가 탑재된 궤도형(Tracked) 장갑차다. 탑재되는 포탄과 장갑 등의 중량 제한이 적고 야지(野地·들판이 넓은 지대) 기동성이 비교적 높으나, 잦은 정비가 필요해 실제 가동률이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RCH 155는 원형 타이어가 달린 차륜형(Wheeled) 장갑차다. 평지와 포장도로 기동성이 우수하며 운용, 정비 유지 비용이 저렴하다. 다만 궤도형보다 차체가 높아, 적의 공격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RCH 155는 현재 기동 중 사격이 가능한 유일한 자주포로 알려졌다. 차륜형 자주포는 발사 시 충격 흡수가 궤도형보다 불리해 별도의 지지대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RCH 155는 차체의 안정성을 높여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영국은 독일과 RCH 155를 공동 개발해 향후 10년 안에 실전 배치하고, 수출할 계획도 짜고 있다. 이에 RCH 155가 향후 자주포 시장에서 K9의 경쟁 상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9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루마니아 자주포 사업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재 독일의 PzH2000, 튀르키예의 T155 Firtina를 제치고 K9이 유일한 사업 후보자로 남았다. 루마니아는 앞서 K9을 도입한 폴란드처럼 우크라이나 국경이 맞닿아 있어, 빠른 납기와 가성비가 강점인 K9을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지난 22~25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 등은 현재 루마니아 정부와 마지막 세부 사항을 놓고 협상하고 있다. 루마니아 현지 언론 등은 내달 22~24일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방산 전시회 ‘BSDA 2024′에서 K9의 최종 구매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