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과 엔화 약세(엔저)가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던 국내 철강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철강업체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밀어내기식’ 수출량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기로./현대제철 제공

중국은 자국 건설 경기가 불황을 이어가자 지난해부터 재고 소진을 위해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 철강 수출 규모는 9500만톤(t)으로 직전 해보다 33% 늘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철강 제품은 873만t으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로 올리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중국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고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계속되는 엔저 현상도 철강업계에 악재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엔저 현상에 힘입어 자국 제품을 싸게 팔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34년 만에 처음으로 158엔선까지 올랐다. 이날 오전 100엔당 원화는 867.69원까지 떨어지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현재 정부는 올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h당 10.6원 인상한 바 있다. 전기요금은 철강 제품 원가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 전쟁 등 국제 정세가 철강업계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업계는 전기료 인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실적은 좋지 않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는 포스코의 부진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583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동국제강(460860)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5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 줄었다. 오는 30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현대제철(004020) 역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중국에서 증치세(부가가치세)를 환급받고 수입되는 것과 일본에서 덤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산업부와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