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무인기(드론), 순항미사일, 지대지미사일 등 300기 이상의 공중 무기로 일시에 공격하는 ‘벌떼공격’을 감행하자 고출력 레이저를 활용한 방공 무기가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공 방어 체계 아이언돔을 활용해 공격을 99% 저지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위해 하룻밤에 약 1조800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돔은 한 발당 가격이 약 5만달러(약 6900만원)인데, 고출력 레이저는 1회 발사비용이 2000원~1만7000원 불과하다.
레이저는 빛의 일종이어서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적을 타격할 수 있다. 여기에 레이저 무기는 전기만 계속 공급되면 무제한 발사가 가능하다.
28일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재정고문을 지낸 람 아미나흐 예비역 준장은 이란의 폭격을 막아낸 아이언돔 등 방공체계와 관련해 “하룻밤에만 40억∼50억 셰켈(약 1조4456억∼1조8071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거리 요격에 쓰이는 아이언돔과 별도로 탄도탄 요격용 애로우 지대공미사일을 쏠 때마다 350만달러(약 48억5000만원), 중거리 발사체용 매직완드의 경우 100만달러(약 13억9000만원)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스라엘군에 배정된 예산은 약 22조원이다. 대규모 공습에 대응하는 방공망 운영에만 국방예산의 약 10분의 1을 하루에 써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비교적 값싼 드론을 이용해 계속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국방예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세계 각국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레이저 대공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1월 고출력 레이저무기 ‘드래건파이어(DragonFire)’의 시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이 무기는 1㎞ 떨어진 곳에 있는 1파운드짜리 동전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확하다.
1회 발사 비용은 10파운드(약 1만7000원) 미만이다. 미국 해군이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드론 요격에 사용한 SM-2 함대공 미사일의 최신형 가격은 1기당 210만달러(약 28억9000만원)에 달한다.
영국 국방부는 당초 드래건파이어의 생산 시기를 2032년으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실험에 성공하면서 2027년으로 앞당겼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드래건파이어를 지원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이란에서 수입한 샤헤드 드론 2000대를 전장에 투입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샤헤드 드론은 폭발물을 싣고 미사일처럼 목표물로 돌진하는 자살 폭탄형 드론이다.
미국은 규모를 키워 대형 항공기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은 지난해 7월 출력 500㎾(킬로와트)급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는 내용의 계약을 미 국방부 산하 연구개발기관과 체결했다.
현재 각국 군에서 사용하는 레이저 무기 출력은 수십㎾급이다. 주로 무인기(드론) 격추에 쓰인다. 500㎾급 레이저 무기는 대형 항공기나 미사일, 탱크 등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레이저 무기를 연내 실전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화(000880)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지상 고정형 ‘블록-Ⅰ 레이저 대공무기’를 개발 중이다. 한화의 레이저 대공무기는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4월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시험평가를 진행해 블록-Ⅰ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렸다. 30차례 발사해 3㎞ 밖 상공의 무인기 30대를 모두 맞혔다. 한화는 향후 레이저 무기의 출력을 높여 함정용 무기까지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