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정상 통행이 어려웠던 파나마 운하가 우기(雨期·비가 오는 기간)를 맞아 통항량(배가 다니는 양)이 회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미국 동부 해안으로 가는 항로 운임이 낮아져 한국 화주(貨主)들은 납기·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미 동안행 운임은 1FEU(12m 길이 컨테이너 1개) 당 4071달러를 기록해 한달 전(3월 14일) 5252달러보다 약 2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평균 하루 36척 수준이던 파나마 운하의 통항 규모는 역대급 가뭄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하루 22~24척 수준으로 급감했다. 파나마 운하는 해수면보다 수위가 높은 고지대 수로를 갑문으로 연결하고, 가툰 호수(Gatun Lake)의 담수로 수위를 조절해 선박을 고지대로 옮긴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는 선박 한 척이 통과할 때마다 약 2억3000만리터(L·선박이 물에 떠 있을 때 선체가 가라앉는 깊이(흘수) 50피트 기준)의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 가툰 호수의 수위가 낮아졌고 파나마 운하청은 통항하는 선박 수를 줄여야 했다.
파나마 운하청은 우기로 가툰 호수 수위가 높아지자 다음달 16일부터 통항 규모를 31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6월 1일부터는 32척이 된다.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올해 9월쯤이면 파나마 운하의 통항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파나마 운하는 주요 상품 시장인 미국 동부와 원유·천연가스의 주요 산지인 멕시코만을 아시아와 연결하는 조임목(choke point)이다. 이 때문에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화물은 전 세계 교역량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물류 흐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