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들이 47조원의 물량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원 이상 많은 물량이다. 양극재는 차량용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고 있지만 관련 시장은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들이 체결한 공급계약 규모는 총 47조1785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양극재 판매가격은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고려하면 업체들이 납품할 양극재 물량은 작년보다 대폭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가장 많은 수주 잔고를 확보한 업체는 엘앤에프(066970)다. 엘앤에프는 지난 11일 유럽 소재 배터리 업체와 내년부터 6년간 9조2383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엘앤에프는 상대 업체를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노스볼트(Northvolt)로 추정한다.
노스볼트는 유럽 최대의 2차전지 업체다.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연산 16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2021년 말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지난달에도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하이데 지역에 연산 6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는 등 사업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달 25일에도 SK온에 7년간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는 13조1910억원 규모의 계약 내용을 공시했다. 엘앤에프와 SK온 간의 조(兆) 단위 공급 계약은 지난 2021년(1조2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엘앤에프가 SK온에 납품할 양극재는 주로 현대차(005380)에 탑재될 배터리에 사용된다.
LG화학(051910)은 2035년까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24조7492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올해 2월 체결했다. LG화학에 따르면 두 회사가 거래할 양극재 물량은 약 50만톤(t)에 달한다. 이는 완충 시 5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약 500만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2026년부터 GM에 양극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는 주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