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비한 배터리 운송 기업들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물류업체, 항공사, 종합상사 등은 잇달아 배터리 운송을 위한 인허가를 취득하면서 공장 구축부터 사용 후 배터리 회수까지 사업 기회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대한통운(000120)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 자격(CEIV)을 취득했다. 리튬 배터리는 운송 중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는 물류 기업을 선정할 때 해당 인증을 요구한다.

CJ대한통운이 미국에 있는 한 배터리 공장에서 설비를 내리고 있다./CJ대한통운 제공

이번 자격 취득을 계기로 CJ대한통운은 배터리 물류 사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는 배터리 제조사들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물류를 수주했다.

CJ대한통운 외에 롯데글로벌로지스, LX판토스도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을 받았다. 현대차(005380)그룹에서 완성차 부품, 원재료 운송을 담당해 온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지난해 해당 자격을 취득했다. 앞으로 배터리 물류 사업을 기반으로 원자재 트레이딩(중개무역)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비슷한 시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해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제주항공(089590), 에어인천 등 항공사도 연달아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을 받았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를 포함한 배터리 관련 화물 비중은 10% 안팎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수거(회수)·재사용·재활용 분야에서 물류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리튬이온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0년 10만2000톤(t)에서 2040년에는 780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6조원에서 2040년 66조원으로 예상된다.

현재 발생하는 폐배터리 중 약 절반은 재활용 업체가 직접 운송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는 기존 완제품보다 운송, 취급, 보관 관리가 까다로워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업체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현대글로비스는 사업목적에 있는 ‘폐기물 수집 및 처리업’을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 재생업’으로 변경했다. 2021년에는 사용 후 배터리 수거를 위한 전용 용기도 개발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국가별 배터리 규제를 충족하는 물류 절차를 구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