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4개월 만에 현장 경영을 재개한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를 잇달아 방문하자 차기 행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R&D센터, 이달 5일 한화로보틱스 판교 본사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회장이 현장 경영 활동에 나선 것은 2018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과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한화갤러리아(452260)·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 부사장)이 이끄는 계열사를 방문한 만큼 다음 행선지는 김동원 사장이 맡은 한화생명(088350)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 회장이 승계 영역을 확고히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현장 방문이 세 아들의 승계 구도와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로보틱스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했는데, 이를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지켜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 뒤에는 각 회사를 상징하는 미사일·발사체와 협동 로봇이 있다.
한화는 김 회장의 현장 경영 이후 사업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인 한화비전(CCTV 사업)과 한화정밀기계(반도체 장비 사업)를 신설 법인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로 분리하기로 했다. 방산·우주 항공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려는 조치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삼남인 김 부사장이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CTV와 기계 등의 사업이 유통, 건설, 기계 등을 책임지는 김 부사장의 사업과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와 한화솔루션(009830) 대표를 맡은 김 부회장이 방산·우주·항공·조선 사업을 맡고, 김 사장이 금융, 김 부사장이 유통·건설·기계 등의 사업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이달 5일 방문한 로봇 부문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김 회장은 이날 파이브가이즈에서 직원들과 오찬을 했다. 이른바 ‘김동선 햄버거’로 알려진 파이브가이즈는 김 부사장이 브랜드 유치부터 1호점 오픈 준비까지 직접 챙긴 사업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장남과 삼남의 사업지를 찾은 만큼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는 한화생명도 방문할 것으로 본다. 김 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해 한화생명 등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 측은 “회장님의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