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인공지능) 산업 활성화의 영향으로 구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풍산(103140), LS전선, 대한전선(001440) 등 구리 가격을 제품에 연동시키는 기업들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구리 가격은 최근 15개월 만에 톤(t)당 9000달러를 넘어섰고,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지난 4일 t당 925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구리 가격은 작년 4월 이후 9000달러 밑으로 내려갔고 10월에는 8000달러 밑으로도 떨어졌다. 그러나 이달 들어 반등한 뒤 최근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구릿값 상승의 배경은 생성형 AI발(發)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기반시설) 수요가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는 고유 저항값이 작아 전기가 잘 통한다. 또 부식에 대한 저항력과 내화성(불에 잘 견디는 성질), 유연성이 높아 전선, 송배전기기 등의 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구리에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란 별명이 붙는 것도 다양한 제조업에 쓰여 경기 흐름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동(伸銅·구리 가공) 사업의 매출 비중이 70%가량인 풍산은 지난해 구리 가격 하락으로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풍산의 지난해 매출은 4조1253억원, 영업이익은 2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7%, 1.3% 줄었다. 작년 평균 구리 가격은 t당 8478달러로 전년 대비 3.8% 하락했다.
올해는 구릿값 상승과 판매량 호조로 실적이 좋아질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풍산의 신동 판매량은 4만6000t으로 전 분기 대비 5.5% 늘고,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80억원 규모의 시세차익도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LS전선, 대한전선 등 전선 업체들은 지난해 구릿값 하락에도 전력케이블(전력선) 판매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등 호황을 맞았다. LS전선의 지난해 구리 매입 가격(국내 기준)은 t당 1121만원으로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그러나 전력선 평균 수출 가격은 t당 3481만원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지금처럼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전선 업체의 매출과 수익성은 더 좋아진다.
업계는 구릿값 상승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 상반기까지 구리 가격이 t당 1만20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AI로 총 260만t의 구리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