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인재를 빨리 뽑고 빨리 투입하는 수시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경력직 선호(53.4%)와 수시 채용 증가(47.8%)를 채용 트렌드로 꼽았다.
2020년 3월 인사관리(HR) 스타트업 두들린을 설립한 이태규 대표는 채용 시장을 눈여겨봤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한꺼번에 인력을 뽑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기존 공채 시스템을 단순히 쪼개는 방식으로 채용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두들린은 2021년 지원자 추적 시스템(ATS·Applicant Tracking System) ‘그리팅’을 출시했다. 미국 포천 500대 기업 중 97%가 이용하는 ATS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이다. ATS는 다수의 채용 플랫폼으로 들어온 이력서를 엑셀 작업 없이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지원자 협업 평가, 면접 일정 조율, 채용 결과 통보 등도 지원한다. 현재 LG디스플레이(034220), 카카오게임즈(293490), 넥슨, 컬리 등 60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두들린은 당장 채용하지 않더라도 다음 수시 채용 시 연락할 수 있도록 인재 풀(pool·집단)을 관리하는 ‘그리팅 TRM(TRM·Talent Relationship Management)’도 선보였다. 인재 정보를 쌓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서비스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두들린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기업이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인재 풀을 쌓고 보다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 지원자 친화적인 채용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HR 시장에 뛰어들었다.
“창업하고 나서 첫 1년은 취업 준비생을 위한 설루션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이 면접 연습 때 피드백을 주고 자기소개서에 쓸 단어를 5개씩 추천해 주는 자동완성기 같은 서비스였다. 당시 취업 준비생은 70만명 수준이었는데, 이들이 취업하면 없어지는 시장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용 시장에서 ‘뽑히는 사람’ 쪽에 뒀던 초점을 ‘뽑는 사람’ 쪽으로 돌리게 됐다. 마침 공채가 수시 채용으로 바뀌는 시기였다. 공채용 시스템을 수시 채용에도 쓰는 기업이 많았다.”
―ATS가 기업의 수시 채용을 어떻게 돕나.
“지원 과정을 간편하게 해주거나 채용 결과를 빨리 알려주는 식으로 지원자의 경험을 좋게 해줘야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ATS를 활용하면 채용 경쟁력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많은 회사는 지원자에게 면접 날짜와 시간을 통보한다. 우리 설루션을 쓰면 통보도 가능하지만, 지원자와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또 특정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임직원 인터뷰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연봉 등 처우가 엇비슷한 회사를 놓고 저울질하는 사람이 있다면 채용 과정에서 보다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곳을 택할 수 있다.”
―최근 몇몇 대기업은 직접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현대차(005380), 쿠팡, 토스 등에선 사내 헤드헌터 역할을 하는 리크루터가 50~100명씩 있다.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대상자를 찾고 ‘우리 회사에 지원해 보라’고 먼저 연락한다. 리크루터가 하는 일은 영업과 비슷하다. 장기적으로 회사에 올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TRM은 우리 회사에 지원했던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설루션이기 때문에 원하는 직무의 사람을 빠르게 찾아서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앞으로 채용 트렌드는 어떻게 변할까.
“HR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한목소리로 지원자가 적다고 토로한다. 절대적인 수도 적지만, 뽑고 싶은 인재가 지원을 안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데는 공채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공채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수시 채용 기조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 AI가 발달하면 단순 반복 업무는 상당 부분 자동화될 것이다.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핵심 인재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수시·상시 채용은 고도화될 수밖에 없다. 외국에선 유치하고 싶은 사람에게 뉴스레터를 보내면서 회사 소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곳도 많다. 우리나라도 인재와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방식으로 채용 과정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