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약 40분을 달리자 'Intellian(인텔리안)'이라는 파란색 글씨가 적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입구에는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깃대 위에는 성조기가 펄럭였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한국의 위성안테나 전문 기업 인텔리안테크(189300)놀로지스의 연구개발(R&D) 거점인 ADC(Advanced Development Center)가 입주해 있다. 인텔리안테크는 이곳에서 평판(Phase Array) 안테나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인증, 인력 양성 등을 진행한다.
평판 안테나는 알파벳 'U'모양과 비슷했던 기존 접시형 안테나와 달리 납작한 형태를 갖췄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덜 받고 무게도 가벼워 차세대 통신용 안테나로 각광받고 있다.
건물 옆 주차장 한쪽에는 인텔리안테크의 평판 안테나 여러 대가 설치돼 있었다. 이들 안테나는 영국 위성 인터넷 업체 원웹의 저궤도 인공위성과 연결돼 테스트받고 있었다. 자동차 위에 평판 안테나를 부착해 움직이는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4월 메릴랜드주로 ADC를 확장 이전할 때만 해도 40명 수준이었던 직원 수는 1년 새 70명에 가까워졌다. 회사에는 한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현지 인력이 대부분이었다.
ADC의 생산 관리를 맡고 있는 토니 쿠시아페스(Toni Kousiafes) 부사장은 "이곳 메릴랜드주는 NASA를 포함한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들이 모여 있어 인력을 충원하기 좋다"며 "인텔리안테크에 합류한 직원 대부분은 과거 다른 기업에서 인텔리안테크와 협업했다"고 말했다.
ADC 내부 연구실에는 인텔리안테크가 자체 제작한 제품 검수 장치 ATS(Automatic Test System)가 있었다. ATS는 반도체 칩 수백개가 내장된 평판 안테나의 불량 여부를 5~10분 만에 검수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공장 직원이 직접 검수를 진행했는데, 제품 하나당 2~3주가 걸렸다고 한다.
ATS는 ADC에서 만들어진 뒤 한국 평택 공장 생산 라인에 설치됐다. 인텔리안테크는 4월부터 저궤도 위성용 평판형 안테나를 양산하는데, 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이어 세계 2번째다. 평택 공장은 ATS의 도움으로 월 1000대 분량의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연말까지 월 2000대 양산이 가능하도록 ATS를 늘릴 계획이다.
인텔리안테크는 연구개발 비용을 2021년 202억원, 2022년 306억원, 2023년 564억원 등 계속 늘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한 비중은 18.5%에 달한다.
박정우 인텔리안테크 전무는 "경쟁사도 평판형 안테나의 하드웨어는 90% 수준까지 만들 수 있지만, 아직 우리와 같은 검수 시스템이 없어 양산 단계까지는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텔리안테크는) 검사 장비, 평판 안테나에 사용하는 반도체 칩 하나까지 직접 설계해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에 양산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