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주총) 안건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고려아연(010130)영풍(000670)의 싸움이 무승부로 끝났다.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정한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신주 발행 대상 제한을 푸는 안건은 부결됐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인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최씨가(家)와 장형진 영풍 고문의 장씨가가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19일 오전 서울 강남 영풍빌딩 별관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최 회장과 고려아연 비상임이사를 맡은 장 고문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제50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박기덕 대표이사가 1호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윤예원 기자

이번 주총의 쟁점은 배당 확대와 정관 변경이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주당 5000원 결산배당금 지급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 삭제 등의 안건을 상정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배당금을 주당 1만원으로 올리고, 정관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당 결산배당금 5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제1호 의안은 출석 주식 수의 62.64%, 의결권 있는 발행 총수의 57.29%를 충족하며 가결됐다. 지분 8%를 가진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 측은 1호의안 통과와 관련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마저 원안에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하는 미래 신사업과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에 큰 신뢰를 보냈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2-2호 안건은 출석 주식 수의 53.02%,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수의 48.9%가 찬성해 부결됐다. 2-2호의안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통과될 수 있었다.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제공

올해로 임기가 끝난 최 회장과 장 고문은 모두 재선임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압도적인 지지로 의결되면서 최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ESG 경영전략이 더 추진력을 얻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주총 결과에 대해 "많은 주주 분들이 표를 모아 준 덕분에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최대주주인 영풍은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설립한 이후 지난 75년간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전자 계열은 장 씨 일가가 맡아서 경영해 왔으나 고려아연의 덩치가 커지면서 두 집안은 경영 방침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