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풍력 대표기업인 씨에스윈드(112610)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매출 1조5486억원, 영업이익 1422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30% 하락했다.
풍력 발전기는 바람개비 역할을 하는 블레이드(날개),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 이를 지탱하는 풍력타워로 구성된다. 씨에스윈드는 풍력타워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내수보다는 미국, 유럽 등이 주력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의 매출 비중이 약 90%에 달한다.
씨에스윈드는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한 풍력타워 제품은 10년간 1와트(W)당 3센트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있다. 씨에스윈드는 2021년 6월 세계 최대 풍력발전 기업 베스타스의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 풍력타워 공장을 인수해 조건을 충족한다. 지난해엔 3분기까지(1~9월) 700억원가량의 보조금이 매출로 잡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 이 공장을 방문해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씨에스윈드는 미국 공장에 6억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해 현재 4기가와트(GW) 수준인 생산 능력을 2027년까지 약 10GW로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목표 매출 규모는 약 2조원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들어서면 IRA를 백지화하거나 무력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때문에 전력 가격이 올랐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속화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 불안정하고 비싼 에너지는 풍력"이라고도 했다.
황재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시 풍력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풍력 중에서도 해상풍력은 발전원가가 재생에너지 중 가장 높다. 미국 내 공급망도 갖춰져 있지 않아 미국 중심주의자인 트럼프에 어필할 요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IRA 법안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세부 규정을 엄격하게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씨에스윈드는 현재 미국 매출이 육상풍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돼도 실적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이 본격적으로 설치되는 시점은 2026년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35년까지 글로벌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은 519기가와트(GW)로 2021년(53GW)보다 10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덴마크 해상풍력타워 하부구조물 기업 블라트(Bladt Holdings A/S)를 인수하고 최근 해상풍력타워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베트남 법인 증설을 마쳤다. 포트투갈 법인의 해상풍력타워 생산시설 또한 올해 증설이 마무리된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생산 거점을 통해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해상풍력타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재선 이후의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