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와중에 미국의 대중 규제,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은 중국 화학 기업과 합작해 만든 롯데삼강케미칼 지분을 지난해 전량 매각했다. 현지에서 시멘트와 세제 원료 사업을 하던 롯데케미칼자싱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중국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규모 증설에 나선 중국 기업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석화업체들의 최대 수입국 중 한 곳이었지만, 자급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둔화로 중국 내 제품 수요가 감소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배터리 업계도 중국 사업 재편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실적이 악화한 장시 VL 배터리(Jiangxi VL Battery) 지분을 지난해 모두 처분했다. 장시 VL 배터리는 2020년 LG화학(051910)이 중국 베켄 테크놀로지와 설립한 소형전지 합작사다.
삼성SDI(006400)는 지난 2022년 중국 우시, 장춘 배터리 팩 법인을 청산하고 배터리 셀을 제조하는 시안 공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시, 장춘 공장 모두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 설립 초기부터 당국 규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등이 맞물리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국내 대기업이 중국에서 매각하거나 청산한 생산법인 수는 46곳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업계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국내 완성차 기업이 철수하면서 부품을 공급하던 관련 업체들까지 줄줄이 사업을 정리하는 추세다. 현대차(005380)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충칭 공장을 매각했다. 올해 안에 창저우 공장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한때 중국에서 5개가 넘는 공장을 운영했으나 3곳으로 줄었다.
현대차가 사업을 정리하자 차량용 강판을 공급하던 현대제철(004020)도 현지 법인과 공장 정리에 나섰다. HL만도(204320)는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을 생산하던 충칭 법인을 청산했다.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지난해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판매·물류 기업 창지우그룹과 설립한 글로비스 창지우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FDI) 금액은 330억달러(약 44조원)로 전년대비 8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