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문한 부산항만공사(BPA)의 네덜란드 로테르담 물류센터. 3만㎡ 규모의 건물은 고객사가 맡긴 상품과 원자재로 빽빽했고 약 12m 높이의 선반 사이로 지게차들이 화물을 나르고 있었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면서 입고량은 다소 줄었다고 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맡긴 품목은 원자재, 자동차 부품, 프린터 잉크 등으로 다양했다.

국내 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2022년 1월 문을 연 BPA 물류센터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스블락테 지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약 5㎞ 떨어져 있다. 이용료는 시장 가격보다 10~15% 저렴하고 운송·통관 세무 등 부가 서비스도 지원한다. 삼성SDS가 물류센터 운영을 맡아 최적의 재고·입출고·운송 관리 계획을 세워주고 운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부산항만공사 로테르담물류센터 /로테르담(네덜란드)=박정엽 기자

로테르담 물류센터는 최근 식품 수출 기업이 많이 찾고 있다. 신진선 부산항만공사 네덜란드 법인장은 “최근에는 단무지, 라면이 많이 들어온다. 40피트(약 12m) 컨테이너가 단무지로 꽉 찬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K푸드(한국 음식)가 인기를 끌자 냉동·냉장 화물 보관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이에 BPA는 인근의 푸드허브 부지를 추가로 임차해 콜드체인(저온)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로테르담항만청과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다.

로테르담은 항만의 배후지를 활용해 부가가치 물류산업을 선도적으로 개척했다. 최근에는 콜드체인 물류를 육성하고 있다. 부가가치 물류는 수송·보관·하역 등 전통적인 물류 활동을 넘어 가공·조립이나 분류·수리, 포장·상표부착, 판매 등을 하는 활동을 말한다. 로테르담은 항만 배후지에 수출입 원자재·중간재를 활용한 제조 공장 외에 금융·법률 컨설팅 회사 등이 밀집해 있어 고부가가치 항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항만공사 로테르담물류센터 /로테르담(네덜란드)=박정엽 기자

로테르담은 유럽 항구 중에서 한국에서 출발한 화물량이 가장 많다. 한국~벨기에 앤트워프, 한국~독일 함부르크를 잇는 정기선은 매주 2~3회 출항하는데, 한국~로테르담 노선은 주 4회 출항한다. 이 때문에 삼성SDS도 유럽 지역본부(RHQ)를 로테르담과 인접한 네덜란드 델프트에 세우고 네덜란드 내에만 7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콜드체인 물류센터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 법인장은 “통상 투자의향서를 체결해도 2년 이상 임차 비용이나 기간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며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잘 마무리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