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전고체 배터리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
칸노 료지 일본 도쿄공업대학 교수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아직은 전고체 배터리가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한국과 일본의 엔지니어들 역량이 워낙 뛰어나 미래에는 이런 난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꾼 제품이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누액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이 없어져 화재 위험성이 줄어든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도 길어진다.
칸노 료지 교수는 세계적인 전고체 배터리 권위자다. 일본 완성차 기업 도요타를 비롯한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배터리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는 지난 2011년 액체 전해질과 이온 전도도가 같은 리튬·게르마늄·인·황(LGPS·Li10GeP2S12) 등의 소재를 개발했다. 도요타는 LGPS 구조의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고 있다.
칸노 료지 교수는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전고체 배터리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며 “LGPS가 발견된 후 계속해서 소재가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소재, 전해질을 사용해 고체전지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게 기쁘다. 이제 업계에선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도요타가 LGPS를 앞세워 선두를 달렸지만, 삼성SDI(006400)는 아지로다이트(Argyrodite) 방식의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로 도요타를 뒤쫓고 있다. 도요타와 삼성SDI 모두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현대차(005380)도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칸노 료지 교수는 도요타와 삼성SDI가 제시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골(목표)을 내놨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면(접촉면·interphase) 저항 등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많아 실제 2027년에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날 더 배터리 컨퍼런스와 동시에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증설하고 샘플 제작을 마쳤다. 지난해 말 신설한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추진팀을 중심으로 사업을 본격화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