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가 한국전력(015760)공사로부터 출연금을 받지 못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대규모 적자에도 문재인 정부가 만든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에는 자회사들과 함께 대규모 출연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INGS는 최근 이사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검토했다. 한전이 출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교직원 급여 등으로 쓰일 자금이 부족해진 탓이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한전이 미납한 출연금은 총 28억9500만원으로, 학교는 한전에 미납분 입금을 요청하고 있다.

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뉴스1

KINGS는 원전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11년 9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전 등이 공동 출연해 설립됐다. 그간 KINGS는 3년 단위로 200억원대 출연금을 산정하고, 한전으로부터 매년 약 70억원을 출연받았다. 통상 사립대학 수입은 학생 등록금과 기부금(출연금)으로 나뉜다. 등록금은 주로 교육비, 장학금 등에 쓰이고 출연금은 교원 보수, 기자재 매입에 사용된다.

KINGS는 한전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임을 알지만, 한전공대에만 대규모 출연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기풍 KINGS 총장은 “한전의 재무상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전공대 출연에 한전 외 자회사들도 출연하는 금액이 많다”며 “(한전공대보다) 규모가 작은 KINGS 출연금을 내지 않는 것에 총장으로서 곤욕스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은 올해 한전공대에 766억원을 선(先)출연하겠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학교 운영, 캠퍼스 건설 등에 필요한 금액의 일부를 출연한 것으로 한전과 자회사의 총 출연 규모는 6월 이후 확정된다. 한전은 작년에도 1016억원을 출연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708억원을 출연했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자가 줄었으나 2021년부터 쌓인 적자 수십조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전은 전기를 매입해 국민에게 판매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수년간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 부채는 202조40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9조6000억원 늘었다. 이자 비용은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57% 증가했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전경. /KINGS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22년 3월 개교한 한전공대는 아직 캠퍼스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오는 2025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비로 2031년까지 총 1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KINGS 관계자는 “한전 사정을 알기 때문에 출연금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비용을 절감해도 일정 규모 이상의 출연금이 있어야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 재무 상황을 고려해 KINGS 측과 미납 출연금 납부 방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