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난방공사)가 열 수송관 공사 설계용역 등 특정 사업을 자회사와 계속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자 민간 업체가 공개 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수의계약은 경쟁을 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감사원이나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는 전관예우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의계약을 지양하고 있다.

4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난방공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12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약 110억원이다. 특히 매년 실시되는 '연계지역 열수송관공사 기본설계용역'은 계약 금액이 최대 18억원에 이르지만, 매번 자회사와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지역난방공사 직원들이 열수송관을 점검하고 있다./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열 수송관 공사는 땅속에 파이프를 심는 공사다. 기본 설계를 비롯해 내진·터널 설계가 포함돼 있어 종합설계 능력을 갖춘 업체가 주로 용역을 수행한다.

난방공사는 연계지역 열수송관공사 설계용역 외에도 ▲수도권 북부권역 연계시스템 안정성 최적화 방안 연구용역(5억4890만원) ▲수도권 열 공급시스템 고도화 및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13억7060만원)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추진방안 수립 용역(7억원) ▲중앙지사 냉각탑 증설 공사 기본설계 용역(11억원) 등의 사업을 자회사인 난방기술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난방공사의 수의계약 체결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난방공사와 같은 에너지 사업자이면서 공기업인 서울에너지공사,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부분 공개 입찰을 하고 있다.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보면 이들 기관이 발주한 설계용역에 민간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난방공사가 매년 진행하는 설계 용역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공개 입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방공사는 열 수송관 공사의 특수성과 빠른 복구, 책임 소재 확보 등을 위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조 1항을 보면 특정인의 기술·품질이나 경험·자격을 필요로 하는 조사·설계·감리·특수측량·훈련 계약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열 수송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난방 중단 등 국민의 피해가 심각하고 감사원의 지적사항도 없었다"라며 "연계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과거에도 공개입찰방식을 진행한 사례가 있으며, 향후에도 이런 지역의 경우 공개입찰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