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용 식자재 유통은 아직 사람의 손과 발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유통 단계가 복잡해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외상에 따른 미수금 문제도 고질적이다. 이를 플랫폼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먼저 유통사를 모으기 위해 유통 관리 시스템 '마켓봄'을 선보였고, 이후 이들이 입점해 있는 커머스 플랫폼 '식봄'을 출시했다. 그다음으론 데이터 사업을 하려 한다."
8년 차 스타트업 마켓보로의 임사성 대표는 "플랫폼에 쌓인 유통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해 B2B(기업간 거래)로 제공하려 한다. 식자재 공급사는 영업을 최적화할 수 있고, 유통사와 식당 사장님은 가격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켓보로는 B2B 식자재 유통관리 SaaS(소프트웨어형 서비스) '마켓봄'과 사업자용 식자재 커머스 플랫폼 '식봄'을 운영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사는 마켓봄에서 수주·발주 관리를 쉽게 할 수 있고, 식당 사업자는 마켓봄에서 여러 유통사의 식자재 상품을 비교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대부분 오프라인과 수기(手記)에 의존했다.
임 대표는 다섯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개발자 출신인 임 대표는 첫 창업이었던 그리드컴퓨팅 설루션 업체 '블루제타' 매각에 성공했고, 이후 2009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매진했다. 그가 개발한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뮤직톡'은 출시 6개월 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2012년 국내 음악 앱 1위에 올랐다.
2013년 뮤직톡 서비스 종료 이후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임 대표는 외식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여러 식당 사업자들이 식자재 유통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IT(정보기술)를 해답으로 삼았다. 마켓보로는 창업 7년 차인 지난해 누적 거래액 6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식자재 유통 1위 기업인 CJ프레시웨이로부터 2022년 403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임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났다.
―앞선 창업과는 분야가 다르다.
"마켓보로 창업 직전에 식당 포스(POS)를 태블릿PC로 대체하는 사업을 했다. 결제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대리운전 기사 호출, 배경음악 송출 등 여러 기능을 담은 태블릿PC였다. 그런데 영업을 다니다 보니 식당 사장님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건 식자재 유통이었다.
대학 시절에 주방 보조 일을 했고 20여년 전에 라면 전문점을 차려 보기도 했는데, 식자재 유통 구조가 그때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선 창업 경험 덕분에 서비스 만드는 건 자신이 있었다."
―업소용 식자재 유통 시장에는 어떤 불편이 있나.
"일단 유통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식자재는 생산지에서 산지 수입장으로, 그다음엔 가락시장 같은 대형 도매시장으로 간다. 도매법인이 경매로 사들이면 대도매, 중도매, 소도매가 있다. 여기서 식자재는 또 유통상을 통해 트럭을 타고 골목으로 배달된다. 많게는 8단계를 거쳐 식당에 온다.
유통 과정이 더해질수록 가격이 오른다. 또 선결제가 아니고 매달 후불로 정산하는 방식이라 미수금 우려가 있어 '불신 비용'이 붙는다. 어느 업체가 제일 싼지 가격을 비교하기도 어렵다. 영업이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알음알음 이뤄지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정보가 없어 주방장이 쓰던 업체를 따라 쓰는 경우도 많다.
유통사는 식당 사장님들로부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주문을 받는다. 주문 내역은 손으로 하나하나 입력하고 종이로 출력해 도매시장으로 간다. 대부분의 과정이 수기로 이뤄지다 보니 오주문, 오배송 문제도 있다. 연간 55조원 규모의 시장이지만 산업화 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켓봄, 식봄 서비스를 소개해 달라.
"먼저 마켓봄은 식자재 유통사의 거래를 간편하게 해주는 SaaS 프로그램이다. 모바일 앱으로 수주, 발주, 거래처 관리, 결제 관리 등을 할 수 있다. 식당이 마켓봄으로 식자재를 주문하면 유통사는 이 주문을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다. 또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넣어 선불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후불 정산이 유통사가 지는 가장 큰 부담인데 이 점을 해결해 주니 유통사 고객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국내 도매상, 유통사, 프랜차이즈의 약 15%가 고객이다. 이 중 3분의 1은 유료 버전 서비스를 쓰고 3분의 2는 무료 버전을 이용 중이다.
이 유통사들을 온라인에 진출하게 한 것이 식자재 커머스 플랫폼 식봄이다. 유통사는 영업 없이도 새 고객(식당)을 확보할 수 있고 선불로 결제받는다. 식당 사업자는 여러 유통사의 제품을 비교하면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또 입점사들은 대부분 직접 배송을 하기 때문에 주문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 구매객은 약 2만명, 월 거래액은 약 100억원이다."
―식자재 커머스(식봄)의 경쟁력은 결국 가격일 텐데.
"기존 시장 가격 대비 5~7% 저렴하다. 업소용 식자재는 90%가 외상거래라고 한다. 외상거래는 선불 결제보다 가격이 10~15% 비싸다. 정산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식봄은 선불 시스템이라 이 비용이 빠진다. 마켓보로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데이터 사업은 어떻게 전개할 예정인가.
"마켓봄과 식봄을 통해 결국 하려는 것이 데이터 사업이다. 지금은 식자재 공급 대기업도 자체 물류센터 물동량만 알고, 어떤 제품이 어떤 지역이나 어떤 식당에서 쓰이는지 알지 못한다. 이 정보들은 지역의 수많은 유통사들이 파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보로는 우리 플랫폼에 모이는 식자재 유통 데이터를 모아, 유통사와 식당 사업주는 가격을 최적화하고 공급사는 영업을 최적화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식자재 유통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이 될 것으로 본다."
―CJ와는 어떤 협업을 하고 있나.
"CJ프레시웨이가 2022년 식봄에 입점해 온라인 판매자가 됐다. 그전까지는 99%가 오프라인 판매였다고 한다. 식자재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온라인 판매는 마켓보로가 지원하고 물류는 CJ프레시웨이가 맡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CJ프레시웨이와 함께 식자재 풀필먼트(Fulfillment·통합물류관리)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의 운영 전략이 궁금하다.
"식봄 사업 비중을 80%까지 늘리려고 한다. 동시에 데이터 사업이 내년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금의 수익모델은 SaaS 이용료와 플랫폼 수수료가 전부인데, 데이터 사업은 원가가 들지 않는 사업이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거라고 본다. 내년 흑자 전환이 목표다.
기업공개(IPO) 준비도 박차를 가한다. 내년에 예비심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IPO는 2025년 말이나 2026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