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SK그룹 2인자 격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오면서 20년 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고 임직원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과거 매주 수요일 오전 8시~9시에 열렸던 삼성의 사장단 회의와 달리 SK그룹의 사장단 회의는 내용, 시간·장소, 참석자 등의 정부가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난 17일 수도권 모처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모여 현안을 공유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장소와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회의는 수펙스 내 전략글로벌위원회가 주도한다. SK관계자는 “장소나 참석자도 안건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원 SK 부회장/뉴스1

토요 사장단 회의는 한 달에 2번 격주 토요일에 열린다. 3월에는 9일과 23일에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최 부회장은 사장단 등 임원진에 회의 안건과 장소, 참석자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도록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부회장이 이런 방침을 결정한 것은 토요 사장단 회의가 자칫 삼성의 사장단 회의와 같은 형태로 비치는 모습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서초사옥에 오고 갈 때 회의 내용이나 현안에 대해 물어보면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형식으로 답을 했다.

반면 전략글로벌위원회는 전체 사장단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관련된 계열사 CEO 등이 참석하는 회의라 삼성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또 최 부회장이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킨 취지가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것이어서 민감한 내용이 논의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언론 노출을 반기지 않는 최 부회장의 성향도 반영된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과 최 의장 모두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대외 소통이 늘면서 많이 외향적으로 됐다”며 “반면 최 의장은 외부에 알리는 것보다는 성과로 승부하겠다는 경영자라 노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의장의 토요일 사장단 회의 효과는 이미 SK그룹에 나타나고 있다. SK그룹은 유연근무제의 일환으로 월 2회 금요일에 쉴 수 있지만, 수펙스 임원들은 알아서 반납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은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는 골프 회원권 사용도 자제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공지를 10번 하는 것보다 토요일 사장단 회의를 부활하는 게 상징성이 더 크다”며 “회의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면 회의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 회의에 참석한 사장단의 개인 의견 역시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비공개라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