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000670) 고문 측이 다음 달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배당 결의안을 놓고 서로 주주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개인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장을 받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은 지난 19일 이사회 직후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를 공시했다. 영풍은 지난 23일 "고려아연은 보통주 5000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으나, 영풍은 주주분들께 작년과 같은 수준의 이익배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통주 1주당 1만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수정동의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결권을 영풍 측에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제공

고려아연은 지난 21일 "주주총회의 원활한 진행 및 의사 정족수 확보"를 명목으로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공시를 올렸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2023년 결산 배당금을 5000원으로 확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2만원을 배당한 후 지난해 초 중간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간배당으로 작년 중순에 한 주당 1만원을 지급했다. 또 결산배당으로 주당 5000원을 배당해 연간 배당금은 총 1만5000원으로 2022년보다 5000원이 줄었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설립한 이후 지난 75년간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전자 계열은 장 씨 일가가 경영해 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덩치가 점점 커지자 두 집안은 고려아연의 미래계획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사이가 벌어졌다.

오는 3월 19일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 씨 측과 장 씨 측이 표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고려아연과 영풍이 잇달아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를 공시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캡처

최 회장은 202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을 신사업으로 정하고 현대차(005380), 한화(000880), LG화학(051910)과 동맹 관계를 맺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에 유상증자를 하고 자사주를 교환하며 우호 지분을 늘렸다. 그 결과 2022년 장 씨 측의 절반도 안 되던 최 씨 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장 씨 측을 넘어섰다.

장 씨 측은 장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며 지분경쟁을 시작했다. 고려아연 이사로 있는 장 고문과 장 고문 측 계열사는 지난해 고려아연에서 약 2000억원을 배당받아 전부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으로서는 배당을 많이 주는 게 장 고문 측이 지분을 늘리도록 돕는 꼴이 된다. 이번에 배당금을 줄인 것도 영풍 측의 돈줄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장외에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경영진 이익 때문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주환원율이 76.3%로 2022년(50.9%)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주 환원액은 2022년 3979억원에서 지난해 4027억원으로 늘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배당률이 높아진 것은 최근 2년간 이익 규모와 이익률이 떨어진 탓이라고 반박했다. 주주 환원액이 늘어난 이유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320만주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현 경영진 잘못으로 이익이 줄고 배당 주식 수가 늘어난 것을 주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 측과 장 씨 측은 3월 19일 주주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장 고문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0%대 초반으로 비슷하다.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임기는 3월에 모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