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광고 계열사 이노션(214320)이 국내 대기업 광고 계열사 3사 중 눈에 띄게 실적이 늘었다. 반도체 불황으로 계열사 광고 집행이 축소된 삼성 계열 제일기획(030000)과 달리 이노션은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신차 출시로 국내외 광고 물량이 이어지면서 혜택을 받았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노션은 지난해 매출 2조929억원, 영업이익 149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9.6%, 9.13% 증가했다. 매출총이익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8497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총이익은 전체 매출에서 외주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그래픽=정서희

제일기획의 매출총이익은 전년 대비 5% 늘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LG(003550) 계열 HSAD(HS애드(035000))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5% 안팎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노션의 실적은 현대차·기아 신차 광고가 이끌었다. 국내 광고 산업 회복세는 더디지만 모회사의 국내외 신차 광고가 늘었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 디자인과 기술 보안이 중요한 제품의 광고는 일반적으로 그룹 내 광고 계열사가 맡는다.

이노션이 지난해 미국 시장에 선보인 제네시스 신규 캠페인 '럭스 이즈 인 더 디테일(Luxe is in the Details)'. 이 캠페인은 애드포럼이 선정한 '이달의 광고' 자동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노션 제공

지난해 현대차는 코나,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아이오닉 등을 새로 선보였고 기아는 EV9, 카니발, 쏘렌토 등을 새롭게 내놨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노션의 지난해 현대차·기아 광고 비중은 72%에 이른다. 올해는 아이오닉7, GV90, 캐스퍼EV, EV3, EV4 등 신차 광고가 예정돼 있다.

이노션은 이달 11일 열린 슈퍼볼(미국 미식축구리그 NFL 결승전) 광고에서 선호도 3위를 기록했다. 슈퍼볼은 전 세계 시청자가 1억명이 넘고 미국 내 시청률은 40%에 이른다. 매년 60개 안팎의 광고가 전파를 타는데, 높은 광고 효과 때문에 광고료는 30초에 최대 700만달러(약 93억원)에 달한다.

올해 슈퍼볼에선 이노션과 제일기획의 현지 자회사가 제작한 광고가 실렸다. 이노션의 기아 EV9 광고 'Perfect 10(퍼펙트10)'은 USA투데이의 슈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자동차 부문 1위, 전체 58개 광고 중 3위를 기록했다.

이노션이 올해 슈퍼볼에서 선보인 기아 EV9 광고 장면. /이노션 제공

이노션은 2018년 미국 제작사 D&G를 인수한 이후 미국 실적 비중이 절반을 웃돌고 있다. 이노션은 추가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사업 확장으로 2026년까지 매출총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증권가가 예상한 올해 매출총이익은 9050억원이다.

올해 광고사 실적은 해외 물량이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광고 시장은 2.7% 성장에 그칠 전망이지만, 해외에서는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올해 7~8월엔 파리 올림픽, 11월엔 미국 대선이 있다. 국내 대형 광고사들은 그동안 현지 광고업체 인수로 해외 실적을 키워온 만큼, 계열사 밖 광고주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실적 성장을 꾀할 전망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은 비계열 광고주, 해외 실적, 디지털 광고의 비중이 각각 1~2% 확대되는 등 전략적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노션은 M&A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으로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