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부에 조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평소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진 최 의장은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2인자로 온 뒤에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사내 살림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과 소통할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사업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 의장은 최근 본인에게 과도한 관심이 쏟아지는 것에 부담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 의장이 온 뒤 20년 만에 토요회의를 부활하는 등 고강도 쇄신을 꾀하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뉴스1

수펙스는 SK그룹의 최고 의사협의기구로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최 의장은 수펙스가 SK그룹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자리인 만큼 회사 바깥보다는 내부 소통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부터 최 의장은 대외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외부 노출을 피하지 않는 친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촌형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교되면서 은둔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사내에서는 타운홀 미팅 등으로 구성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존재감이 뚜렷하다. 최 의장은 얼마 전 수펙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회의에서 본인이 직접 준비한 프레젠테이션(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워 경영 구상을 밝혔다. 솔선수범하면서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편이라 업무 지시를 받고, 보고하는 책임자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 의장은 평소 자기관리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음주를 즐기는 것과 달리 최 의장은 저녁 약속을 거의 잡지 않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명상, 산책 등을 하고 7시 전에 출근한다. 이 때문에 최 의장 부임 후 임원의 출근 시간이 7시 전후로 앞당겨졌다.

지난 17일에는 최 의장 주재로 수펙스 임원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개최하던 회의는 앞으로 격주 토요일마다 열릴 예정이다. SK그룹이 토요회의를 부활하는 건 주5일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1964년생인 최 의장은 수펙스 임원들과 나이가 비슷하다. 서울대 심리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SK그룹에 입사해 20년 이상 화학, 바이오, 에너지 사업을 이끌어 왔다. 지난 2017년부터 SK디스커버리와 계열사를 맡아오면서 구조조정, 사업재편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최 의장은 지난해 12월 기존 조대식 의장이 물러나면서 임기 2년의 의장으로 선임됐다. 수펙스는 산하에 글로벌전략, 인재육성, 환경사업,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한 7개 위원회를 두고 있고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 등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