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가 올해 배터리 업황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양적 성장 기조를 보여온 LG에너지솔루션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시장 성장률을 기대하며 설비 확장에 힘을 싣는 반면, 삼성SDI는 가장 보수적인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며 질적 성장 전략을 견지했다.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두 업체의 중간 수준 성장률을 예상하면서 흑자 전환을 위한 수익성 확보에 힘을 싣겠다는 목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전년보다 20%대 중반 수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33%)보다는 둔화한 수준이지만, 북미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국내 3사 중 가장 많은 10조9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이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에서만 미국 제너럴모터스(GM) 1·2·3 합작공장을 비롯해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005380) 합작공장 및 미시간, 애리조나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ESS) 단독공장 등 8개의 생산시설을 운영·건설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00조원을 넘어섰다. 경쟁사인 SK온은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400조원을 넘어섰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으나 업계는 약 260조원~3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전년 대비 약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3사 중 가장 보수적인 수치다.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견지해 온 삼성SDI는 그간 경쟁사보다 CAPEX 지출이 적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 2022년 배터리 CAPEX 비용으로 각각 6조2000억원, 5조원가량을 투자한 반면 삼성SDI는 2조원 중반대에 그쳤다. 올해 삼성SDI의 CAPEX는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나,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10조9000억원 이상)과 SK온(7조5000억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없이도 7.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이 AMPC를 포함해 6.4%임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업계 실적이 가장 악화한 작년 4분기에도 삼성SDI는 5.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4.2%, AMPC(2501억원)를 제외하면 1.1% 수준에 그쳤다.
SK온은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둔화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경훈 SK온 CFO는 지난 6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주요 시장조사 기관들은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30년 2.3~2.9TWh(테라와트시)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본다”며 “중장기적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매출을 끌어올리고 수익성 성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SK온은 올해 포드 및 현대차와의 북미 합작 공장 투자를 위해 7조5000억원을 CAPEX로 집행했다. SK온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공장 내 라인 변경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양적 및 질적 성장에 나선다는 목표다.
SK온은 당초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했으나 원재룟값 하락으로 인한 판가 감소 영향으로 흑자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재차 미뤘다. SK온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역시 출하량 감소가 예상돼 생산 조절에 따라 수익성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매출 증가 및 수익성 확보 활동으로 하반기 영업이익 BEP(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