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배업계가 외형 성장에도 더딘 수익성 개선에 고심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택배 단가가 낮아 이익률은 수십년째 비슷한 수준이다. 택배업계는 익일배송 등 다양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해 택배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3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택배 단가는 박스당 2156원이었다. 택배산업 초기였던 지난 1990년(약 7000원)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하락했다. 2012년 2506원이었던 택배 단가는 2017~2020년 2200원대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택배노조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해 2366원으로 145원(6.55%) 올랐다.

설 연휴를 앞둔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택배 기사들이 상차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택배비가 하락한 건 택배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업계 내 출혈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전후로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업체들은 택배 물량을 따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단가를 낮췄다. 이후 유류비, 최저임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자 일부 업체가 택배 단가 현실화를 추진했지만, 경쟁사의 가격 공세에 저가 수주를 이어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국내 택배시장 매출은 늘고 있으나 물류업체의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량이 급증한 시기를 빼면 국내 물류업체 택배 부문 영업이익률은 10년 넘게 평균 2~3%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 물류업체 3사(CJ대한통운(000120),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3.4%다.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 추이. / 한국통합물류협회(KILA) 제공

최근에는 고품질 배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풀필먼트(상품보관·배송·설치·시공 등 물류의 전 과정을 대행) 시스템, 도착보장, 정시 배송, 새벽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거점을 확보하고,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을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물론, 택배기사 처우 개선과 복지 향상에도 투자해야 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각종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할 곳은 점점 많아진다"며 "거점 간 대량수송을 위한 간선비(화물을 임시 서브터미널로 이송하는 비용), 최저임금, 임차료 증가에 설비 투자 필요성이 맞물리며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수익성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안정적인 서비스는 물론이고, 다양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연간 택배 물동량은 45억건 이상으로 지난 2022년(42억건)에 이어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022년 국민 1인당 택배 건수는 80건을 넘어섰다. 이를 가구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200건 이상의 택배 물량이 발생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