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측이 7일 HMM(011200)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어버리면서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언제 다시 매각을 추진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업황이 꺾여 곧바로 매각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가격 등 주요 조건이 드러난 만큼 새로운 인수 희망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산은 등은 이날 새벽 하림그룹의 팬오션(028670)·JKL 컨소시엄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향후 매각 재추진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궤도에 오른 산은·해진공 보유 HMM 지분 57.9%의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해운업계에서는 업황이 불확실한 만큼 매각 측이 단기간에 HMM의 매각 절차를 다시 시작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먼저 나왔다.
우선 지난달부터 해운동맹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매물의 매력이 떨어진 점이 근거로 꼽힌다. 앞서 디얼라이언스를 주도하면서 HMM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선복량 세계 5위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Loyd)는 2025년 2월부터 기존 해운 동맹을 탈퇴하고 세계 2위 컨테이너 해운사 머스크(AP Moller-Maersk)와 새로운 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을 결성한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이에 세계 8위 HMM, 세계 6위 일본 ONE, 세계 9위 대만 양밍(Yang Ming) 등 디얼라이언스에 남는 아시아 3사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놓고 하림 측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동원산업(006040) 측은 매각 협상 결렬 후 “해운 경기와 HMM이 소속된 해운 동맹 디얼라이언스의 변동에 따른 유럽 노선 불투명성 등을 고려하면 지금은 인수전 참여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매각 협상 과정에서 해진공 측이 매각 후 HMM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도 단기간에 매각 재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가격 등 주요 매각 조건이 드러난 점은 매각 추진에 힘을 싣는 동력이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본입찰에서 하림측은 6조40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동원 측은 이보다 2000억원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해운업계에서는 다시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기존 매각 절차에 참여한 동원산업과 LX인터내셔널(001120)이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인수전 과정에서 자금 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12월 재무적투자자(FI)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인수 금융을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최소화하는 자금 조달 계획을 만들었다. 계열사의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사채를 발행하고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자기자본 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구조였다.
사업 시너지가 확실한 동원로엑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우고, 지주사 동원산업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미국 참치캔 시장 1위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로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도 검토 대상이었다.
LX인터내셔널은 HMM 매각 절차 불발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LX인터내셔널 역시 지난해말 HMM 예비입찰 당시의 현금 동원력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화(000880)그룹, 현대차(005380)그룹,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005490)) 등 재계 최상위권 대기업이 인수 희망자로 나설 가능성도 다시 거론된다. 한화오션(042660)은 지난달 29일 “친환경 해운사 설립 등 해운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화 측은 이날 HMM 인수전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