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 용역 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인력 공급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자파견 용역 및 인력공급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부가체)를 면제한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업계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기업당 수억~수백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주장했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인적용역의 부가세 면세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개정안은 용역 사업자가 지출하는 인건비에 부과됐던 부가세 10%를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은 가사도우미와 직업소개소 등만 면세로 운영돼 왔는데 이 범위를 건설·제조업 파견 인력으로까지 넓혔다. 콜센터, 청소, 경비 등은 이번 개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이달 1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27일 국무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그래픽=정서희

부가세 과세 구조를 보면, 과세 사업자는 사업상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매입할 때 10%의 부가세(매입세액)를 내는 대신 매출에도 10%의 부가세(매출세액)를 붙여 받는다. 이후 매입세액을 정부로부터 환급받는다.

기재부는 일부 용역 사업자가 환급 제도를 악용해 공제금을 부당하게 수취하는 사례가 늘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부가세를 먼저 낸 뒤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부가세를 내지 않도록 해 부정 수급을 막는다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제로는 인력을 파견하지 않으면서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액공제를 받은 뒤 폐업하는 ‘폭탄업체’ 때문에 탈세액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폭탄업체에 의한 탈세액은 연간 2000억~3000억원에 달한다.

업체들은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적법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용역 사업자는 인건비 외에 판매관리비, 임차료, 보험료, 차량 유지비, 장비 구입비, 식대, 피복(작업복)비, 복리후생비, 사무용품 렌털비용 등과 같은 부대비용을 쓰는데 부대비용에 대한 세액공제가 막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기업은 이런 부대비용이 매출총이익(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금액)의 17~18%에 달하기도 한다.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 정보지. /연합뉴스

예를 들어 매출 1조원인 A 기업이 지난해 매입에 2000억원을 썼다고 가정할 때, 현행 시행령대로라면 매입세액 200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이 개정되면 200억원 중에 면세 항목을 제외한 150억원(추정)에 대한 환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결손금이 발생해 법인세 21%를 환급받더라도 추가로 들게 되는 비용은 118억원에 달한다.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는 국내 용역 사업자 시장 규모를 100조원으로,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발생하는 용역 사업자 피해액은 연 매출의 1%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 전반으로 봤을 때 총 1조원의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남창우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용역 사업체는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이라 이익이 매우 낮은 편인데, 여기서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세액공제 부정수급은 일부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일인데, 전체 사업자를 면세사업자로 전환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개·폐업 진입 장벽을 높이는 등 다른 방식의 조치를 고려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