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뮬레이터 기업 크리에이츠가 최근 LG전자(066570)와 함께 유럽 최대 통합 전시회(ISE)에 참여했다. 크리에이츠의 자회사인 유니코는 LG전자 ISE 부스에 인공지능(AI)을 더한 론치 모니터(골프 스윙 데이터 분석 장비) 등 신제품을 선보여 현지 구매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LG전자는 ISE와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등 해외 전시회에 참여할 때 협업하는 대표 협력사와 부스(칸막이 형태로 된 공간)를 차린다. 유니코는 이번 ISE 참가로 사실상 LG전자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유니코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80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트랙맨’, ‘포어사이트’와 함께 미국 론치 모니터(launch Monitor·골프 클럽과 골프공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기계) 시장의 3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ISE 박람회의 크리에이츠 전시관의 모습. 한 참가자가 드라이브 스윙 체험을 하고 있다. /크리에이츠 제공

◇ 골프 분석, 센서·AI로 승부수… LG와 협업 강화

6일 재계에 따르면 크리에이츠는 지난 2일(현지 시각) 폐막한 유럽 최대 기업 간 거래(B2B) 통합 전시회 ISE 2024에 참가했다. 크리에이츠는 초고속 이미지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골프 론치 모니터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자체 설계·제작·판매하는 스포츠 테크기업이다. 해외에서는 ‘유니코’, 국내에서는 ‘큐이디(QED)’로 잘 알려져 있다. 크리에이츠는 지난해 12월 5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크리에이츠는 ISE에서 LG전자와 협업해 개발한 골프 시뮬레이터 패키지 ‘올인원(All in One)’과 자체 개발한 시뮬레이터 ‘아이엑소2(EYEXO2)’를 전시했다. 또 AI 기술로 골프 스윙을 점검해주는 ▲AI 트레이너 ▲그루브(Groove) ▲게임데이(GameDay) 등의 플랫폼도 공개했다. 아이엑소 시리즈는 초고속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과 볼 추적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공의 딤플(골프공 표면에 파여진 작은 홈)을 인식해 스핀양을 실측하는 ‘딤플옵틱스(Dimple Optix)’ 기술을 적용해 정확성이 높다.

크리에이츠 전시장./크리에이츠 제공

유니코는 최근 이동성을 강화한 휴대용 론치 모니터 ‘아이미니’도 출시했다.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등 유명 프로선수도 론치 모니터를 활용해 자신의 스윙을 데이터로 점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 가치는 2021년 13억1550만달러(약 1조 7444억원)에서 연평균 10.1%씩 성장해 2030년엔 33억8000만달러(약 4조4822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코는 이번 ISE에서 골프 시뮬레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호텔과 컨벤션 센터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재계에서는 유니코와 LG전자의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LG전자는 디스플레이, 프로젝터, 스피커 등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골프 시장에 주목해 왔다.

유니코의 포터블 론치모니터 '아이미니' /크리에이츠 제공

◇ AI로 하루 1000만개 스윙 학습... 3750만 美 골퍼 공략

크리에이츠의 지난해 론치 모니터 매출은 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북미(386억) 비중이 절반을 넘는데, 2022년에 비해 70% 늘었다. 경쟁사들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장세다. 크리에이츠는 올해 북미 론치 모니터 시장에서 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미국 PGA 선수와의 계약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니코는 미국 골프 시뮬레이션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발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유니코의 PGA쇼 부스에는 글로벌 골프 기업 캘러웨이와 타이틀리스트의 핵심 경영진을 비롯해 세계 롱드라이브 챔피언십 우승자 마틴 보그바이어(Martin Borgmeier)가 방문하기도 했다.

유니코가 개발한 AI 스윙 분석 솔루션 /크리에이츠 제공

부스를 방문한 올리버 브루어(Oliver G. Brewer) 캘러웨이 최고경영자(CEO)는 AI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츠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크리에이츠는 지난해 AI 기술 확보를 위해 10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자했다. 골퍼가 스윙할 때 인체 17개 지점을 초당 180회 인식하고 AI가 스윙 자세를 교정해 주는 설루션을 개발했다. 크리에이츠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매일 1000만개 이상의 샷 데이터와 스윙 영상을 학습해 AI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성 크리에이츠 글로벌 사업총괄은 “해외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 골프를 즐기는 6세 이상 인구는 약 3750만명으로 5년 전보다 17% 증가했다”며 “크리에이츠는 론치 모니터 매출의 65%를 북미와 유럽 등 해외에서 올리는 스포츠테크 수출 기업이다. AI 신제품과 구독형 서비스 등을 통해 올해 본격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