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성동을을 맛집, 패션, 문화 공간, 창업기지, 주거지가 공존하는 미래형 복합 도심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옛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식의 재개발·재건축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사람이 떠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최근 중·성동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서울 중심 자치구인 중구는 인구가 가장 적은 데다 이마저도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 성동구도 비슷하다.

치킨집 딸로 태어나 730만 소상공인을 담당하는 중기부 수장을 지낸 그는 전통시장이 41개나 있는 중구의 재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2000년 사이버 보안 벤처기업 '테르텐'을 창업해 20년간 이끌었던 경험도 자산 중 하나다. 이 전 장관은 1세대 여성 벤처기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다음은 이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5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이영 전 장관은 "노후화된 중구 시장을 살리고, 성동을 새로운 창업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당초 서울 서초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었는데.

"국무위원으로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지역구를 입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개각자 명단에 포함되자마자 서초을로 출마한다고 기사가 나오더라. 30년 이상 산 곳이니 이해는 됐다. 벤처밸리가 있는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 가능성도 나왔다. 벤처인이면서 중기부 장관을 지냈으니 가장 적합한 지역이 아니겠냐고 업계에서도 많이 말씀 하셨다. 두 개의 지역구가 회자됐지만 구체적으로 당과 협의가 본격화된 것은 장관 퇴임 이후였다.

중구는 남대문시장, 평화시장 등 41개 전통시장이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전통시장이 가장 많다. 나는 소상공인의 딸이었고, 소관 부처인 중기부 장관을 지내서 접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성동구는 중기부에 있을 때 민간과 함께 투자해 낡은 건물을 창업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 인연이 있다."

─어떤 중·성동구를 만들고 싶나.

"노후화된 중구 시장을 살리고, 성동을 새로운 창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 너머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30년 전후로 AI 기계 문명의 시대가 올 것이다. 이때 생존할 수 있는 건 스토리(이야기)를 갖고 있는 곳, 사람 향기 나는 곳이다. 일각에선 중구를 낡은 전통시장, 사람들이 떠나는 곳으로 폄훼한다. 하지만 수백년 된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구는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 아주 먼 미래가 아니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급격한 변화가 오는 시기에 중구는 살아남을 곳이란 확신이 있다. 그렇게 만들 자신도 있다.

성동을은 아직 남아 있는 노후 주거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이 신속히 진행돼야 하는 곳이다. 더 눈에 띄는 건 젊은 창업가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재개발, 새로운 클러스터, 새로운 성장으로 스토리를 잘 풀어낼 수 있다면 엄청난 가치를 만들 수 있다."

─3선 중진 의원들과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상대적으로 재개발·재건축 등에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는다. 인구는 계속 줄고 학력은 높아지고 있다. 삶에서 주거에 대한 욕망은 커지고, 그것이 부동산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 주길 원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재건축은 10년 뒤를 내다보고 해야 한다. 2034년은 자율주행차, 로봇이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그때 돈이 되는 주택은 뭐가 될 것인가, 사람이 떠나지 않는 주택이 뭐가 될 것인가,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이 유지되는 도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재개발이 필요하다. 맛집, 패션, 문화 공간, 스타트업 창업기지, 청년 주거지가 공존하는 복합 건물로 재개발해 인구 공동화를 막고 산업·주거가 공존하는 새로운 개념의 미래형 복합 도심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뉴욕, 파리, 홍콩처럼 굉장히 상업적으로 발달한 곳이면서 윤택한 주거 환경이 있는 곳, 문화를 선도하고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어야 한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건설사 등 전문가와 태스크포스(TF)를 짜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정부 경험을 통해 규제를 풀고, 예산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뛰어다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이태원 상권 살리기에 뛰어들었던 것에 대해 "하루하루 벌이가 안 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상인들이 있으니 당장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중기부 장관 당시 이태원 상권 살리기에 뛰어들어 성과를 낸 것이 떠오른다.

"코로나19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막 재기하려는 상인들이 이태원 사고로 또 한 번 좌절을 맛보고 있었다. 당장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부적으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컸다. 도움이 필요한 상인들이 있으니 단순하게 생각하자고 설득했다. 나는 평생을 소상공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하루하루 벌이가 안 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한 가정을 짓누르는 일이다.

이태원 상인들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정부는 매번 왔다가 그냥 가지 않냐고, 도와주고 싶으면 골목 앞에 있는 경찰들 좀 치워달라고 하더라. 주무 부처에 연락해 바로 해결하니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 상권을 살리는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기부 '동행축제(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 할인 행사)' 예산을 투입해 이태원에서 홍보물을 제작하고 거리 전시회도 열었다. 사고 직후 10분의 1토막이 났던 매출은 2개월 만에 50%까지 회복됐고, 이젠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장관으로서 잘했던 일을 꼽는다면.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바뀔 경우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자동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14년 만에 법제화한 것,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창업자 주식 1조에 최대 10주의 의결권 부여)' 제도를 도입시킨 것이 입법에서의 성과다.

동행축제를 매출 4조원의 대규모 행사로 키우고 라이콘(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해 고학력 기술자뿐 아니라 소상공인도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기억에 남는다."

─기술 창업자 영입에 여야가 모두 관심이 큰 것으로 안다. 이런 경험이 정치에 왜 필요하다고 보나.

"이번 총선에서만 반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본적인 이해를 통해 이런 인재를 영입하려고 하는 건지 정치권이 돌아봐야 한다. 예전엔 정보기술(IT) 분야를 몰라도 살 수 있었지만, 이젠 (정보기술이) 인프라다. 국가 전산망이 흔들리면 주민등록등본 하나 못 떼는 세상이다.

IT 출신들은 그동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만 갔는데, 이젠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으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이해 없이 국가 정책이나 법을 만들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