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을 이끌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이 6인으로 압축됐다. 내부 3명, 외부 3명으로 구성됐다. 업계에서는 철강과 2차 전지 사업 등을 반영해 후보군이 결정됐다는 평가다.
다만,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절차를 총괄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구성원이 모두 ‘호화 해외 출장’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신뢰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후보군이 좁혀진 만큼 국민연금이 별도의 입장을 내놓거나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찬반 여부가 결정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후추위는 이날 오후 9시 20분 차기 CEO 후보군에 들어간 6인의 후보자를 발표했다. 후보에는 ▲권영수(전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부회장) ▲김동섭(현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현 POSCO홀딩스(005490) 미래연구원 원장/사장) ▲우유철(전 현대제철(004020) 부회장) ▲장인화(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포함됐다.
◇ 사내 유력 후보 대거 제외... 철강 vs 2차 전지·신사업
내부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 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모두 배제됐다. 최근 호화 해외 출장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 등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유력한 외부 후보로 꼽히는 권 전 부회장은 ‘비(非)철강’, ‘비 포스코’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1957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간 포스코 안팎에서는 철강에서 2차 전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가운데, 2차 전지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 전 부회장이 철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문제 될 게 없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5위의 포스코가 1명의 CEO로 움직인다면 그게 더 문제”라며 “이미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고 철강 전문가를 두면 별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권 전 부회장은 그간 LG(003550)그룹에서 전자, 디스플레이, 통신, 화학, 2차 전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표 등을 맡으면 경험을 쌓았다. 2차 전지 뿐만 아니라 포스코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간 석유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 사장은 1957년생으로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쉘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을 거쳐 SK이노베이션(096770)에서 기술원장과 기술총괄 사장을 지냈다.
우 전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로템(064350)을 거쳐 한보철강 인수 과정에서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제철 기술개발본부장을 시작으로 기술연구소장, 구매담당 부사장, 당진제철소장을 지냈다.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9년간 재직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김 원장이 후보군에 들었다. 1962년생인 김 원장은 포스코 내부에서도 2차 전지 인물로 분류된다. 김 사장은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 광양제철소장, 해외법인장(인도네시아), 신소재사업실장, 자동차강판수출실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포스코 OB로는 장 전 포스코 사장과 전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후보로 선정됐다. 장 전 사장은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포스코 CEO 후보군에 올랐다.
장 전 사장은 1955년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학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해양공학 박사를 땄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함께 포스코 대표이사로 선임돼 철강부문장으로 근무했다. 포스코에서 연구소부터 시작해 신사업, 재무, 마케팅 등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전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안동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정보팀장, 석탄구매그룹장을 거쳐 원료개발실장 상무로 임원을 시작했다. 최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포스코그룹 안에서 전략에 능통하다는 평가다. 특히 최 회장과 함께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에 기여했다.
◇ 국민연금 입장 내놓을까... 3월 주총 표 대결 가능성도
후추위는 6인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다음 달 7∼8일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대면 심사에서는 각 후보의 미래 비전과 이를 수행할 전략, 경영자적 자질을 포함한 리더십, 주주 존중 자세를 비롯한 대내외 소통 능력 등을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이어 후추위는 내달 8일 오후 추가 회의와 임시 이사회를 통해 최종 후보자 1명을 확정해 공개하고, 오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 차기 회장 선임안을 올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추위의 CEO 선임 절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찰 수사 등 신뢰성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포스코홀딩스 주식 6.71%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의 김태현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선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간 후추위는 외부 공모가 아니라 서치펌을 통해 후보를 추천 받았고, 심사 과정도 공개되지 않아 ‘밀실 인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계 관계자는 “6인의 후보군이 나왔기에 국민연금이 입장을 밝히거나 오는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심판 자격이 없는 후추위가 내놓은 후보군인 만큼 정당성이 부여될 지 모르겠다. 현재 정부가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현재의 후보군이 다시 선정되더라도 새로운 후추위가 구성돼 심사를 다시 하는 게 좋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