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용(82) TYM(002900) 회장이 최근 자신의 지분 전량을 차남인 김식 전무에게 넘겼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지분을 재단에 전부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행보다. 3남매 중 가장 지분율이 높던 김 전무는 지난해 마약 사건에 연루돼 승계가 불투명했으나 지분을 증여받아 최대 주주가 됐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희용 회장은 지난 17일 주식 433만3737주를 김식 전무에게 증여했다. 김 전무의 지분은 20.3%로 늘었다. 이어 장남 김태식씨 5.34%, 김소원 전무가 4.1%를 들고 있다.
TYM은 벽산가(家) 기업이다. 김희용 회장은 벽산 창업주 고(故) 김인득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촌인 박설자(79)씨와 슬하에 김태식(51), 김소원(46), 김식(45) 3남매를 뒀다.
◇ 음란물, 마약… 장남, 차남 줄줄이 재판행
태식씨는 과거 TYM 부사장과 자회사 국제종합기계 대표를 맡았으나, 지금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김소원 전무는 TYM에서 홍보이사,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TYM 최고전략책임(CSO)을 맡고 있다. 남편이 대표이사로 있는 자회사 TYMS(동양미디어판매)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막내 김식 전무는 과거 TYM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역임하다 지금은 마케팅팀 전무(비등기 임원)로 재직 중이다.
장남 태식씨는 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20년과 2022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과 소셜미디어(SNS) 등에 음란성 메시지와 댓글 등을 남긴 혐의와 모욕 등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김식 전무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2월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김 회장은 차남인 김 전무에 힘을 실어줬다. 김 회장은 2022년 11월까지만 해도 지분 16.68%를 보유해 최대 주주 자리를 지켰으나, 같은 해 말 세 자녀에게 각각 365만6490주(2.4%)를 증여했다. 그러면서 김식 전무의 지분이 김 회장을 앞서게 됐고, 김 회장은 이달 17일 남은 지분 9.62%마저 전부 김식 전무에게 증여했다.
◇ 주식 기부하겠다더니… “확정 아니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장남과 차남이 연달아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주총을 앞둔 2월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김 회장은 “TYM의 발전을 위해 대주주인 가족들은 경영 일선에서 사임을 받아들였다”면서 “전문 경영인을 전면에 배치해 여러분들께 보다 나은 경영의 결과를 가져다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현재 TYM 대표이사는 김 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전문 경영인 김도훈 사장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당시 남아있던 지분(9.48%)과 관련해 “(주식을) 누구 한 사람이 가지는 게 아니고 앞으로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분이 다 들어가게 할 것”이라며 “주식이 밖으로 흩어지지는 않으면서 의결권은 갖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무는 올해 1월 마케팅팀에 전무로 복직했고 김 회장의 지분도 전부 넘겨받았다.
이와 관련해 TYM 측은 “재단 설립은 사회 환원 정책의 여러 방안 중 하나이며,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사회 환원 방법은 지속적으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주식 증여와 관련해선 “개인적인 주식 증여였다. 회사 운영 및 환경은 변함이 없으며, 현 체제가 유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