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극재 업체를 중심으로 불거진 '어닝 쇼크'(실적 충격) 행진이 배터리 밸류체인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이 없는 동박, 분리막 업체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배터리 수요 성장 둔화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LEM)는 지난해 4분기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수치로 증권가 전망치(64억원)의 5분의 1에 그친 수준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음극 집전체인 동박을 생산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동박 제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앞서 포스코퓨처엠(003670), 엘앤에프(066970) 등 양극재 제조업체들은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자산평가손실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순 ㎏당 46달러를 기록했던 리튬 가격은 지난해 말 16달러까지 떨어졌다.

동박은 구리를 원재료로 사용해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초 톤(t)당 830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구리 가격은 10월 8000달러 밑으로 내려갔으나, 이후 반등해 8000달러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LEM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배터리 수요 둔화 여파가 밸류체인 전체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005380)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17.1%를 기록했으나 2022년 65.2%, 2023년 26%로 둔화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가격 인하에 나섰고, 여파는 밸류체인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동박의 경우 중국발 물량이 풀리며 공급도 늘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중국의 회로박(회로기판을 만드는 동박) 업체들이 전지박 부문으로 전환하면서, 전기차용 전지박 시장은 현재 공급 과잉 상태"라며 "유럽과 미국이 중국 업체의 전지박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확정하지 않는 이상 마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더블유씨피의 분리막 제조 공정. /더블유씨피 제공

배터리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더블유씨피(393890)(WCP)도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82% 줄어든 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수치도 증권가 평균 전망치(98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분리막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적인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리튬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PE 가격은 t당 8000달러 안팎을 유지했다. PP 가격은 3분기 초 7060달러에서 지난해 말 7500달러로 상승했다.

WCP는 4분기 실적 악화의 이유로 "신공법 도입에 따른 공정 개조와 근로자 수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회성 변수를 고려해도 회사의 수익성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WCP는 지난 2021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3분기에 16.4%로 낮아졌고 4분기 이익률은 4.2%에 그쳤다.

배터리 업황 둔화는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밸류체인 하단에 있는 업체들부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 효율 개선, 경영 관리 체제 정비 등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