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인센티브 권리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투자금의 조기 회수라는 이유도 있지만, ‘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보조금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경선에서 최근 2연승을 거뒀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미국 정부로부터 수령하는 IRA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인센티브 권리를 제 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MPC는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의 기업이 미국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 받는 혜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 시각)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열린 유세 도중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배터리 기업에 셀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45달러를 지급한다. 배터리 양극재나 음극재를 미국에서 가공할 경우 생산 비용의 10%를 보전한다.

IRA 지급 옵션을 보면 인센티브는 직접 보조금으로 받거나 향후 법인세 등 세금으로 감면받을 수 있다. 기업은 IRA 인센티브 권리를 제3자에 매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조원의 IRA 인센티브가 예상되는 권리를 금융 기관 등에 5% 할인해 9500억원에 매각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 인센티브 지급 방식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 1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배터리 업계가 AMPC 권리 매각을 고민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우선 현금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기업이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량을 결산해 AMPC 인센티브 신청 서류를 제출한 뒤 실제 보조금을 받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또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도 변수다. AMPC는 미국에 투자를 늘리기 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사업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기와 내연기관 자동차 활성화 등 정반대의 정책을 공약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 정책을 시행하면 전기차·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 투자를 확대한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미리 AMPC 권리를 매각하면 리스크(위험 요인)를 없앨 수 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SK온 제공

배터리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AMPC 인센티브를 받는 신재생 에너지 기업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의 태양광 업체 퍼스트 솔라(First Soalr)는 지난해 12월 태양광 모듈 판매로 모은 최대 7억달러(약 9366억원)의 AMPC 인센티브 권리를 금융결제업체 파이서브(Fiserv)에 매각했다. 한화솔루션(009830)은 올해 1조원 수준의 AMPC 인센티브가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경기와 시장 상황, 금리, 현금 유동성, 투자 집행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IRA 권리 매각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GM과 합작한 오하이오·테네시 공장과 단독으로 운영하는 미시간 공장 등을 운영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조7000억원, 2025년 3조3000억원의 AMPC 인센티브가 예상된다. 현재 미국 조지아 1·2공장을 가동 중인 SK온도 올해 8300억원, 2025년 2조7000억원의 AMPC 혜택이 전망된다. 2025년부터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가동하는 삼성SDI(006400)도 보조금 혜택이 2025년 4000억원, 2026년 8000억원, 2027년 1조6000억원 등으로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