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퓨처엠(003670), 엘앤에프(066970) 등 양극재 업체들이 잇달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작년 4분기에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경쟁사 대비 재고자산이 적고 포항캠퍼스 내에 벨류체인을 갖춰 경쟁사보다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4분기 300억원~5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에코프로비엠은 4분기에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최근 2주 내 종목 보고서를 발간한 NH투자증권(005940)유진투자증권(001200), 삼성증권(016360)은 지난해 4분기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손실 규모를 각각 373억원, 425억원, 491억원으로 내다 봤다.

작년 연간으로는 29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22.08% 줄어들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 청주 오창 본사. /에코프로 제공

양극재 업체들이 4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주된 이유는 리튬 등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며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재고자산평가손실 규모만 2503억원에 달했다. 엘엔에프는 별도의 설명 자료를 통해 “리튬 가격이 변동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은 2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손실률 규모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에코프로비엠의 최근 재고자산이 비교적 적었기 때문이다. 각 기업이 공시한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재고자산은 1조1333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1조2435억원), 엘앤에프(1조4383억원)보다 낮았다.

그래픽=정서희

1년 전인 2022년 3분기에는 에코프로비엠의 재고자산 규모가 제일 컸다. 지난해 양극재 수요 부진으로 경쟁사들의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지만,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006400) 등 확실한 공급망을 보유해 재고 관리가 비교적 용이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의 재고를 보유한 덕에 평가손실은 시장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이 탄탄하게 갖춘 밸류체인 구조 역시 수익성 하락을 일부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2016년부터 약 2조9000억원을 투자해 2021년 포항캠퍼스를 완공했다. 여기에는 배터리 재활용, 전구체,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산소·수소 공급 등 모든 밸류체인 공정이 집적돼 있다.

에코프로CnG는 스크랩과 사용 후 배터리를 수거해 광물을 추출하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이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비엠이 각각 전구체와 양극재를 생산한다. 이들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의 산소와 질소는 에코프로AP가 공급한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를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 4.68%을 기록했는데, 이는 포스코퓨처엠(3.03%), 엘앤에프(1.46%) 대비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