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272210)이 지난해 4분기에만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잔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전차, 함정의 ‘두뇌’라고 불리는 각종 시스템과 장비를 생산하는데, 국산 무기의 경쟁력과 국산화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위성 부문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조9776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까지 범위를 넓히면 기준 수주잔고는 7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4분기 중에만 10건의 신규 수주 내용을 공시했는데, 총규모가 1조5112억원에 달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공시하지 않은 계약을 포함하면 수주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신규 수주는 방산 부문에 집중됐다. 한화시스템은 전차나 함정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육중한 무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무기에 탑재되는 ‘두뇌’라고 부를 수 있는 각종 시스템과 장비를 납품한다. 외국으로 수출되는 무기체계에도 한화시스템의 장비가 탑재된다.
일례로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2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2′에 탑재되는 핵심 센서인 다기능레이더(MFR)를 납품했다. 폴란드로 수출된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에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조준경과 사격통제시스템 등이 장착된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329180)이 필리핀에서 수주한 2400톤(t)급 연안경비함(OPV) 6척에도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가 탑재됐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각종 레이더 체계를 담당하고 있다”며 “향후 M-SAM 3, L-SAM, L-SAM 2, LAMD에 이르는 방공 체계개발 및 양산 증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방산 부문에서 굵직한 사업들이 이어지며 매출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올해는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KF-21 초도양산 사업이 시작되는데, 한화시스템은 여기에 AESA(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를 납품한다. 또 LAH(소형 무장헬기) 2차 양산, 차기 호위함 사업(FFX)의 함정 전투체계 등의 사업 계약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위성 부문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1월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398억원 규모의 상용 저궤도위성 기반 통신체계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상용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육·해·공군의 기존 전술망과 연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1년 영국의 위성 인터넷 통신회사 원웹에 3억달러(당시 한화 약 3450억원)를 투자했다. 원웹의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활용해 한국군에 최적화된 설루션을 제시하며, 상용 저궤도위성 기반의 통신체계를 군에 최초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은 2026년까지 군에 적합한 저궤도 통신망을 구축하고, 보안성을 높인 차량·함정용 이동형 ESA(전자식 빔 조향 안테나) 위성 단말기 등을 개발한다.
이 밖에도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100㎏급 소형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을 발사해 지상 650㎞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리고 쌍방 교신에 성공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군의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정찰위성사업 구축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며 “군 정찰위성의 탑재체(관측장비)를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소형 SAR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추후 초소형 위성 체계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