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튬을 비롯한 주요 광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배터리셀·양극재 업체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 중인 가운데, 배터리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성일하이텍(365340)도 실적 부진을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리튬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2년 전 착공한 하이드로센터 3공장 중 1단계 공정이 가동을 시작하는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4분기 매출 516억원, 영업손실 9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성일하이텍은 국내를 포함해 헝가리, 중국, 폴란드, 인도 등 9개 지역에 ‘리사이클링 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용 후 배터리를 회수한 뒤 파쇄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이 포함된 검은 가루인 블랙파우더를 만든다. 지난해 기준 성일하이텍의 연간 스크랩 및 배터리 처리능력은 13만3000톤(t)으로 알려졌다.
만들어진 블랙파우더는 후처리를 전담하는 국내 하이드로 센터로 이동해 습식 공정(산성 용매를 이용해 금속을 추출)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황산코발트·황산니켈·탄산리튬 등 양극재 생산을 위한 기초 소재가 만들어지고, 이를 고객사에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다.
다만 지난해 주요 광물 가격 하락 여파로 재활용된 금속의 매력이 떨어졌고, 전체적인 수요도 위축돼 판매량도 줄어들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일례로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2022년 11월 고점(57만위안/t)을 찍은 뒤로 약 85% 하락하며 최근 8만6500위안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배터리를 회수해 리튬을 만들어 판매해도 제값을 받지 못해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성일하이텍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보고서 내 ‘주요 제품 등의 가격 변동 추이’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가격은 3분기 ㎏당 2만3924원을 기록해 지난 2022년 평균(3만1487원/㎏) 대비 25%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2분기부터 실적이 악화했고, 3분기 7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성일하이텍의 중장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성일하이텍은 올해 일부 가동을 시작할 하이드로 센터 제3공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이드로센터는 각종 소재를 추출하는 습식제련 등 후처리 작업이 이뤄지는 공장으로, 성일하이텍은 현재 1·2공장에서 연간 리튬 2000t, 니켈 2640t, 코발트 1680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성일하이텍은 지난 2022년부터 약 2900억원을 투자해 3공장을 짓고 있다. 이르면 올해 2분기 중 3공장 1단계 공정이 가동에 돌입할 전망이다. 앞서 회사는 오는 2025년 3공장이 전부 지어지면 리튬 7000t·니켈 1만500t·코발트 1200t를 추가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3공장 1단계 공정 투자비는 전체의 절반 정도로, 올해 가동 시 리튬과 니켈 생산 능력이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40년 1741억2000만달러(약 228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001290) 연구원은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주요 메탈 가격의 급락세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일하이텍은 하이드로센터 3공장 1단계 공정이 본격 가동될 2분기부터 생산 능력 확대 및 가동률 상승에 따른 외형과 이익의 회복 추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