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해 온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나 제품 출시 소식을 알리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나트륨을 양극 소재로 사용하는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과 안정성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리튬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 향후 추세에 따라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흥행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을 가진 프랑스 스타트업 Tiamat에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확한 투자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Tiamat이 조달한 초기 자금 약 1억5000만유로(약 2160억원) 중 일부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완성차 제작업체 스텔란티스.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유럽도 관심 갖는 나트륨 배터리

Tiamat은 지난 2017년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 기관인 CNRS에서 파생된 스타트업으로, 리튬 없이도 시장 경쟁력이 있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스텔란티스의 벤처 투자기업 ‘스텔란티스 벤처스’로부터 최고 성과 기술 스타트업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최초의 전기차도 출시됐다. 독일 폭스바겐이 지분 75%를 보유한 중국 JAC(장화이자동차)가 지난달 발표한 이 차량은 중국 하이나(HiNA) 사의 원통형 나트륨 이온 배터리 셀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Northvolt)도 지난해 11월 ㎏당 160Wh 수준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나트륨은 지구 지각의 약 2.7%를 차지할 만큼 매장량이 풍부해,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지각의 0.0065% 차지)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영하의 날씨에 주행 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달리 영하 20도 이하 추위에서도 90% 이상 성능을 발휘한다.

리튬 전지의 고질적 문제인 덴드라이트(dendrite)도 적어 안정성도 뛰어나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충·방전 시 리튬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이 바늘처럼 성장하는 현상으로, 전지의 성능을 저하한다. 배터리 음극에도 동박(구리) 대신 저렴한 알루미늄박을 쓸 수 있다.

한국은 나트륨이온 배터리보다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 전망이 아직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보다 가성비가 중요한 ESS(에너지저장 장치)나 저가형 전기차, 이륜차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나트륨배터리, 中이 주도... 리튬값이 관건

그간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그간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해 왔다. 지난 2021년 CATL은 에너지 밀도 160Wh/㎏급의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처음 공개했다. 이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300Wh/㎏ 이상)보다는 낮지만, LFP 배터리에는 근접한 수준이다. CATL은 현재 성능을 200Wh/㎏까지 높인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BYD 역시 최근 약 100억위안(한화 1조83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쉬저우에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 시설을 착공했다. 해당 공장에서 연간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JAC(장화이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세계 최초의 나트륨이온배터리 탑재 전기차. /JAC 홈페이지 캡처

다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이 1위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점유율을 거의 따라잡은 상황에서 향후 가격을 앞세워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나설 경우, 업계 전체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탄산나트륨 가격은 t당 2500위안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관건은 리튬 가격의 향방이다. 리튬은 지난 2022년 11월 고점(57만위안/t)을 찍은 뒤 최근까지 약 85% 하락하며 8만6500위안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값이 계속 떨어질수록 나트륨 배터리의 장점도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