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호주 항만에서 구동계 고장으로 움직일 수 없게 돼 중국으로 견인됐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안정적인 LNG운반선을 양산할 수 있는 한국 조선업의 기술 우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호주 해사안전청 AMSA에 따르면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 CESI칭다오(QINGDAO)호는 지난 11월 중순 호주 동부 퀸즈랜드주(州) 글래드스톤 인근의 커티스아일랜드 LNG터미널에서 화물을 적재하던 중 전력계통 이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CESI칭다오는 중국 COSCO해운과 SINOPEC의 합작사인 CESI가 운영하며 호주에서 중국으로 LNG를 운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커티스아일랜드 터미널을 통해 LNG를 수출하는 호주 오리진에너지는 이 사고로 생산을 중단하고 최소 3척의 LNG운반선 선적 일정이 지연되는 등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접안 능력이 한 척에 불과한 커티스아일랜드 터미널을 CESI 칭다오가 수주 간 막았기 때문이다.
CESI 칭다오는 6대의 발전용 4행정 중형엔진이 전력을 생산하고, 이 전력이 프로펠러가 연결된 모터를 돌리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 방식은 운송 중 기화하는 천연가스(BOG)를 활용해 경제성이 높다. 직접 BOG를 연소할 수 있는 이중연료 2행정 대형 엔진이 출시되기 전인 2010년을 전후해 선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복수의 발전용 엔진이 있는 만큼 일부 엔진에 이상이 생겨도 작동이 가능하다. CESI 칭다오는 문제가 있던 장비 중 일부를 현장에서 수리했지만, 여전히 운항이 불가능해 견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도 후동중화가 건조한 것과 같은 선종인 CESI글래드스톤(GLADSTONE)이 비슷한 문제로 견인됐다. 후둥중화는 CESI 등의 주문으로 CESI글래드스톤(2016년 인도), CESI칭다오(2017년 인도) 등 총 6척의 17만4000㎥급 LNG운반선을 건조했다. 그러나 1호선인 CESI글래드스톤은 2018년 6월 호주 글래드스톤에서 중국 베이하이로 향하던 중 추진체계 이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됐고, 파푸아뉴기니의 뉴브리튼섬 인근 항구로 견인됐다.
후동중화가 CESI LNG운반선 시리즈를 건조했을 때 업계에서는 한국이 초대형 LNG운반선 시장에서 주도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봤다. 자국 물량을 중심으로 LNG운반선 건조 능력을 키워온 중국이 CESI 시리즈 건조 계약 때 일본 미쓰이 OSK 라인(MOL)의 투자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CESI 시리즈는 중국산 LNG운반선의 한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게 됐다. 반면 한국산 LNG운반선은 비싸도 믿을 수 있다는 반사 이익을 얻었다.
호주 당국은 지난 8일부로 CESI칭다오의 호주 항만 출입을 오는 6월 20일까지 금지했다. 유사한 사고 사례를 볼 때 이례적으로 긴 입항 금지다. 이는 호주 당국이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 측이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