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있는 4개의 바퀴가 모두 시계 11시 방향을 가리켰다. 동력을 받은 차는 그대로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였다. 4개의 바퀴가 다이아몬드(◇) 같은 모습이 되자, 차가 180도로 회전했다. 4개의 바퀴가 차체와 수직을 이루더니, 차가 꽃게처럼 옆으로 주행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에서 현대모비스(012330)는 이같은 전기차 구동 기술 ‘e코너시스템’을 시연했다.

현대모비스는 e코너시스템을 장착한 실증차 ‘모비온(MOBION)’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즉시 수주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실차 형태로 선보이기 위해 모비온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모비온은 사명인 ‘현대모비스’와 시작을 뜻하는 ‘온(ON)’의 합성어다. CES 관람객은 전시 기간에 모비온에 직접 탑승해 대각선 주행, 제자리 회전, 평행 주행(크랩 주행)을 체험할 수 있다.

e코너시스템의 비결은 4개의 바퀴를 모두 개별로 제어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각 바퀴에 구동 모터를 장착해 이를 현실로 구현했다. 이영국 현대모비스 전동화랩장(상무)은 “1개의 대형 구동 모터 대신 4개의 소형모터를 바퀴 안에 넣은 인휠(In-Wheel) 기술을 통해 각 바퀴에 독자적인 힘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인휠은 제동, 조향, 서스펜션 기능을 모두 통합한다.

현대모비스가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에서 전기차 구동 기술 ‘e코너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현대모비스는 작년에 세계 최초로 일반 도로에서 e코너시스템 주행을 성공시켰다. 이승환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섹터장(상무)은 “e코너시스템은 기계 장치의 물리적인 연결을 줄여 자동차를 설계할 때 (공간 확보에) 보다 유리하다”며 “당장은 승용차보다 PBV(목적기반차)를 중심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모비온은 e코너시스템 외에 여러 가지 램프 기술도 뽐냈다. 라이다(LiDAR)가 앞쪽 보행자를 인지하면, 뒤쪽 조명을 통해 후방 차량에 주의를 주는 기능이 시연됐다. 또 주변 360도 바닥에 내 차의 진행 방향을 투영하고, 보행자를 위해 횡단보도 줄무늬를 생성하는 모습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