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전시관 수소연료전지 기차가 통과하는 15m 터널 내부에 설치된 미디어월에서 바닷속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권유정 기자

"수소로 움직이는 세계 최초 기차입니다."

8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에서 열리는 'CES 2024′를 하루 앞두고 찾은 SK(034730)그룹 전시관. '원더랜드'라고 쓰인 입구로 들어서자 작은 놀이동산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띈 건 전시관을 반 바퀴 정도 가로지르는 레일과 그 위를 달리는 기차였다. 실제 관람객이 12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규모로,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한다.

두 사람이 한 칸에 탑승해 안전벨트를 매자 기차는 서서히 속도를 냈다. 놀이공원에서 타는 기차와 달리 레일을 밟으면서 생기는 기계음이 거의 없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라며 "전기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소음과 진동이 적게 발생하기 때문에 친환경 모빌리티를 비롯해 활용성도 높다"고 말했다.

8일(현지 시각) CES 2024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SK그룹관에서 운행 중인 수소연료전지 기차. /권유정 기자

기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15m 길이 터널로 들어섰다. 터널 안쪽에 설치된 미디어 월에서는 숲속, 하늘, 바닷속 영상들이 재생됐고, 수소를 비롯해 SK그룹의 탄소감축 사업을 소개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기차가 출발해 터널을 통과하는 약 2분 간 공중의 액화수소 드론이 조명 역할을 했다. 기차와 마찬가지로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드론은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SK그룹은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아모지(Amogy)에 8000만달러(한화 약 1051억원)를 투자했다. SK E&S는 수소 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 수소드론 기업 엑센스와 손을 잡았고, SK에코플랜트는 파트너사와 수소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SK E&S, SK에너지는 수소충전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8일(현지 시각) CES 2024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SK그룹관에 설치된 '댄싱카'. /권유정 기자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소형모듈원전(SMR) 등도 힘을 쏟는 분야다. SK E&S는 호주에서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에 CCS 기술을 접목해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SK㈜,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SMR은 대형 원전의 10분의 1 크기로 발전 용량은 적지만 사고 위험이 적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SK온을 중심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SKC도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전시관 곳곳에는 다양한 탄소감축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전기를 사용해 탄소배출이 없는 도심항공교통(UAM) 기체를 형상화한 '매직 카페트'는 가상의 공간에서 비행을 경험할 수 있고, 로봇팔에 매달려 춤을 추듯 화면 앞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는 배터리 전주기를 소개했다. 젤리가 담긴 튜브에서 착안한 '레인보우 튜브'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시관 한 가운데 설치된 지름 6m의 구체 발광다이오드(LED)는 모든 구역의 중심이 됐다. 이 LED는 라스베이거스 랜드마크 '스피어'(Sphere)를 떠올리게 한다. 스피어는 지름 160m, 높이 120m의 초대형 공 모양 공연장으로 최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다. 실내 공연이나 광고를 띄울 수 있는 외벽 LED 패널은 라스베이거스 곳곳에서 볼 수 있다. SK의 축소판 스피어도 전시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