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게임·K팝·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한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K-콘텐츠가 전 세계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팬덤 비즈니스 등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K-콘텐츠의 인기 비결과 산업 전망, 시장 공략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케이팝(K팝) 음반 판매 1억장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공연시장이 다시 열리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엔터업계는 K팝이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음악시장에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 ‘한국인 없는 K팝 그룹’, ‘미국산(産) K팝’ 등을 선보이고 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에서 발매된 음반 상위 400개의 판매량은 1억1612만장을 기록했다. 12월 판매량을 제외하고도 이미 전년 연간 판매량(8075만장)을 44% 웃돌았다. 2022년엔 1000만장 이상 판매한 달이 1개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6개였다. 특히 11월 음반 판매량은 1500만장을 넘겨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래픽=정서희

수출도 역대 최고를 찍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1~11월 음반 수출액은 2억7025만달러(약 3496억원)로, 2022년 연간 실적(2억3139만달러·약 2992억원)을 17% 웃돌았다. 최대 수출국인 일본을 중심으로 미국 수출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작년 1~11월 대미(對美) 음반 수출액은 5900만달러(약 763억원)로, 전년 연간 수출액(3888만달러·약 503억원)보다 52%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은 8403만달러(약 1087억원)에서 1억1566만달러(약 1496억원)로 38% 늘었다. 다만 중국 수출액은 5133만달러(약 664억원)에서 2551만달러(약 330억원)로 반토막이 났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지난해 7월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JYP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가수가 빌보드 메인차트를 장식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입대해 그룹 활동에 공백이 생겼고 블랙핑크도 새 음반을 발매하지 않았지만, 세븐틴, 뉴진스,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이 빈자리를 채웠다. BTS와 블랙핑크 멤버의 솔로 활동도 있었다.

글로벌 음원 차트인 ‘빌보드 핫 100′에는 BTS 지민, 정국, 뷔와 피프티피프티, 트와이스, 뉴진스, 스트레이키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음반 차트 ‘빌보드 200′에는 스트레이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에이티즈가 정상에 올랐다.

엔터사들은 전례 없는 호실적을 누리고 있다. 작년 1~3분기에 BTS, 세븐틴, 르세라핌, 뉴진스 등을 보유한 하이브(352820)는 누적 1조5685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26% 올랐고 이 기간 영업이익도 1860억원에서 2065억원으로 10% 이상 늘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도 매출 7100억원, 영업이익 1044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20%, 53% 늘었다.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는 매출 4598억원, 영업이익 864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73%, 178% 증가한 것으로 4사 중 실적이 가장 많이 늘었다.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가 활약한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77%, 85% 증가해 4094억원, 1315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정서희

하이브와 JYP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상반기 기준 엔터 4사의 해외 매출 비중을 보면 하이브가 63%로 가장 높다. JYP는 52%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섰다. SM과 YG는 각각 34%, 49%다.

일각에서는 K팝이 세계적인 대중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K’를 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빌보드는 지난해 빌보드뮤직어워드(BMA)에서 K팝 부문을 따로 만들어 ‘팝’과 ‘K팝’을 구분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이브가 게펜레코드와 합작해 선보인 다국적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드림아카데미'의 피날레 무대. /하이브 제공

엔터사들은 K팝이 해외에서 잘 녹아들 수 있도록 ‘K팝 방법론’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K팝의 아티스트 제작 시스템을 해외에 이식해 현지에서 아티스트를 육성한다는 취지다.

가장 먼저 JYP는 2020년 일본에서 현지인으로 구성된 9인조 걸그룹 ‘니쥬(NiziU)’를 선보였다. 니쥬 남자 버전을 준비 중인 JYP는 최근 미국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A2K(America to Korea)’를 통해 6인조 미국인 걸그룹 ‘비춰(VCHA)’를 데뷔시켰다.

하이브도 미국에서 오디션을 열고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선보였다. 하이브는 멕시코에 법인을 세우고 라틴아메리카에도 진출한다. K팝 방법론을 라틴 장르에 접목하는 시도를 고려 중이다. SM은 영국에서 보이그룹을 제작할 예정이고, YG도 태국에서 현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