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력 강화는 주권과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분단국인 한국은 육·해·공 무기체계를 직접 개발하며 방산 역량을 쌓아 왔고,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는 국가로 거듭났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끊임없이 기존 무기체계를 개선하고 신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군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무기체계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인구 감소의 여파로 우리 군 병력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무기체계로 다목적 무인(無人)차량이 주목받고 있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원격 조종으로 감시나 정찰, 물자후송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다. 운용 부대는 위험 지역에 차량을 먼저 투입해 전장 상황을 살필 수 있고 지상군 병력과 차량이 함께 움직이면서 각종 물자나 인원, 부상병 등을 옮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로템(064350)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각각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Sherpa)’, ‘아리온스멧(Arion-SMET)’을 개발했다. 두 업체는 지난 2020년 방위사업청의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사업에서 한차례 맞붙었고, 향후 양산 사업에서 다시 대결할 전망이다.
현대로템의 HR-셰르파는 중량 2톤(t)급 다목적 무인차량으로, 높이가 낮은 경차 정도의 크기다. 전기 배터리로 구동하며 평지에선 최대 시속 30㎞, 야지에서는 최대 시속 10㎞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최대 운용 시간은 12시간이다.
HR-셰르파에는 6륜의 에어리스(공기가 없는) 타이어가 장착돼 펑크 우려 없이 지속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각각의 바퀴가 독립적인 구동력을 가지고 있어 바퀴 1~2개가 파손돼도 나머지 바퀴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다. 차량 후면에 있는 적재함에는 200㎏ 이상의 물자를 탑재할 수 있다.
HR-셰르파는 4㎞ 이내에서 무선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어 베이스캠프 근처를 수색할 수 있고, 배낭형 조종 장치로 지상군 병력과 함께 움직이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무장으로는 야간에도 4㎞까지 탐지가 가능한 주야간 카메라와 5.56㎜ 기관총을 통합한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장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의 중량은 1.8t 정도로 최대 550㎏의 물자를 적재할 수 있다. 6개의 바퀴가 달렸고, 전기 충전식으로 1회 충전에 1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포장도로 43㎞/h, 비포장도로 34㎞/h로 알려졌다.
아리온스멧은 무장으로 12.7㎜ 및 7.62㎜ 기관총과 5.56㎜ 소총을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는 RCWS를 선택적으로 탑재할 수 있다. 또 레이더를 통해 목표물을 자동으로 조준 및 추적할 수 있고, 총성을 감지해 스스로 화기를 돌려 공격할 수 있는 근접 전투 지원 능력을 갖췄다.
아리온스멧은 2022년 10월 국내 개발 군용무인차량 중 처음으로 미 국방부가 선정하는 해외비교성능시험(FCT) 대상 장비로 선정되기도 했다. FCT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동맹국의 우수한 국방 장비와 기술을 시험·평가해 미군의 주력 무기체계 개발·도입에 필요한 핵심 기술 또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리온스맷은 지난 2022년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장비 시연을 거쳤고, 지난달 하와이 해병대 훈련장에서 성능시험을 마쳤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한화디펜스)는 지난 2020년 방사청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 2차 사업에서 맞붙은 전적이 있다. 신속시범획득 사업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군에 도입하기 위한 제도다.
당시 사업 예산은 38억3600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두 업체는 사업이 가져올 부가 가치를 고평가해 모두 입찰 가격을 ‘0원’으로 제시하는 등 출혈 경쟁을 펼쳤다. 두 업체의 점수는 같았고 전자 추첨 방식으로 현대로템이 수주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2년 HR-셰르파를 기반으로 성능을 강화한 다목적 무인차량을 군에 납품했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GOP, DMZ 등은 야전에서 시범 운용을 마치고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두 업체는 향후 방위사업청의 다목적무인차량 양산 사업에서 다시 맞붙을 전망이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본사업을 앞두고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 평가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육군은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양산 사업에서 선정되는 업체는 향후 국내 무인차량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