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OTT 플랫폼들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경쟁사와 손을 잡고 있다. 서비스를 합병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서비스는 유지하되 저가에 묶어 파는 '번들링(bundling·일괄 판매)'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평균 OTT 구독 개수는 2.1개다. 잇단 요금 인상 때문에 2개 이상의 OTT를 구독하려면 월 2만원 넘게 내야 한다. 가입자들이 한 달에 최대로 낼 의향이 있는 구독료는 1만6000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보다 25% 비싼 수준이다.
요금 부담으로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자, OTT 플랫폼들은 합종연횡을 택하고 있다. 1위 사업자에 대항하기 위해 하위 경쟁사끼리 서비스를 통합하거나 저렴한 값에 여러 플랫폼을 묶어 파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지난달 합병을 결정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면 600만명에 육박해 토종 OTT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에선 워너미디어와 케이블TV 채널 디스커버리가 2022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로 합병하면서 지난해 양사의 OTT 플랫폼인 'HBO 맥스', '디스커버리 플러스'를 '맥스'라는 서비스로 통합했다.
WBD는 경쟁사 파라마운트 글로벌과의 인수합병(M&A)도 논의하고 있다. 두 회사의 OTT가 하나로 합쳐지면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5대 OTT는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맥스, 디즈니플러스다.
각자의 서비스는 유지하되 판매만 같이 하는 사례도 활발하다. 디즈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디즈니플러스는 훌루와 번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광고 요금제는 9.99달러(약 1만3000원)이고, 광고 없이 보려면 19.99달러(약 2만6000원)다. 작년 기준 미국 내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가입자 중 절반은 번들 상품을 구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플러스는 여기에 스포츠 전문 OTT인 ESPN플러스까지 합친 '트리플 번들'도 제공한다. 트리플 번들 가입자는 2022년 1분기 1680만명에서 지난해 1분기 2000만명으로 늘어 가입자 이탈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보고서에서 "플랫폼을 통합하면 서비스 운영을 효율화하고 중복된 콘텐츠를 제거하는 등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번들링과 관련해선 "2027년부터는 신규 구독의 경우 번들 구독자가 단일 서비스 구독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번들은 OTT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