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012030) Inc.가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측이 보유한 반도체 수탁생산 자회사 DB하이텍(000990) 지분 상당수를 사들이면서 DB그룹 지주사의 위상에 한층 가까워졌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DB Inc.는 전날 KCGI측 캐로피홀딩스가 보유한 DB하이텍(000990) 지분 5.63%(250만주)를 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1650억원에 사들였다. 한주당 가격은 6만6000원이다. 이에 따라 DB Inc.가 보유한 DB하이텍 보통주 지분은 12.42%(551만2783주)에서 18%(801만2783주)로 증가했다. KCGI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1.42%로 감소했다.
이번 거래로 DB Inc.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DB Inc.의 총자산은 6334억원으로 늘었고, 이중 DB하이텍 지분 비중은 74.1%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상 매년 연말을 기준으로 특정 기업의 총자산이 5000억원을 넘고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50% 이상이면 지주사 전환 의무가 생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되면 2년 내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DB Inc. 입장에서는 DB하이텍의 지분 12%(약 3130억원)가 더 필요하다. DB그룹은 2년 안에 주가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아직 지주사 전환 관련 시나리오를 언급하기는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아직 지주회사 체제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 내년에 관련 당국에서 지주사 전환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으면 그때 고민하겠다. 이번 KCGI 거래는 지주사 전환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해도 DB Inc.가 추가로 확보해야 할 DB하이텍의 지분 규모는 6~7%(약 1600~18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 김주원 부회장, DB김준기재단, DB생명 등 특수관계인, 비영리단체 등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5.4%를 DB Inc.에 현물 출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DB하이텍 지분 추가 매입을 위한 자금은 현 DB Inc.의 재무구조상 감당 가능한 규모라는 평가가 많다. DB Inc.는 이번 KCGI 측 지분 인수 대금 중 1200억원을 기존에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 교보증권(030610), 삼성증권(016360)에서 대출받아 부채총계가 2606억원으로 늘었지만, 부채비율은 70%(자본총계 3727억원) 수준이다.